오늘 난 열아홉 번째 헌혈을 했다
평소 같으면 오늘 같은 동선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의 고민 후
다른 길을 선택했다.
많은 비가 내렸고 시인과 촌장 CD를 넣었다.
와이퍼는 빠르게 움직였지만 떨어지는 비를 완전히 씻어 내리진 못했다.
음악과 비는 궁합이 잘 맞았고 마치 숲 속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조심조심 나아가는 방향엔 방해꾼이 많지 않아 더 좋았다.
또다시 선택의 길이 나왔다.
재빨리 머릿속을 정리하며 이른 좌회전을 했다.
저만치 헌혈차가 보인다.
집에 거의 다 왔지만 근처에 주차를 하고 헌혈차로 걸어갔다.
신고 있는 운동화가 젖기 시작했지만 우연히 발견한 헌혈차가 많이 반가웠다.
"헌혈할 수 있어요?"
며칠 전 남편과 둘이 대낮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짬이 생겼다.
어디 가고 싶냐는 남편의 물음에
"나 헌혈하러 가고 싶어"
온라인 수업 중인 아이를 두고
전철역으로 다섯 정거장이나 떨어져 있는 헌혈의 집을
혼자 다녀올 수 없었다.
벼르고 별러 갔는데 주차장과 주변 어디에도 차를 둘 곳이 없어 그냥 턴~!
해야 할 숙제를 못한 것 같은 찜찜함이 컸는데
오늘 그것을 해결했다.
기분이 많이 좋았다.
더군다나 고를 수 있는 선물에 BTS 음반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가 좋아하는 그룹이다.
"해솔아 깜짝 선물이 있어!" 하고 내미니
이렇게 좋아할 수가...
너무 좋다고 말하며 내 볼에 뽀뽀 쪽!
기분이 참 좋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