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이'에 平和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읽고

by 윤미소


김장성 작가님, 그리고 이야기꽃 출판사 대표님의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표지에 빼꼼히 벌어진 '사이', 그리고 그 속에 아슬아슬하게 적혀있는 제목. 과연 어떤 '사이'를 말하는 걸까?

작가님의 친필 싸인 "세상 모든 '사이'에 平和"속의 '사이'라는 단어를 보며 '사이'라는 말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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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이, '공감의 힘'


'시선'이라는 말은 분명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것인데 시선을 일컫는 말들의 대부분이 차갑고 일방적인 뜻을 담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낱말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무시, 멸시, 천시, 경시, 감시, 좌시, 질시, 냉시, 홀시, 도외시, 백안시, 적대시, 등한시, 사갈시



정말 그렇다.

시선을 일컫는 말이 왜 이리 차갑고 매서운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공간'이 따스함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 공감을 품지 못한 시선은 차갑고 매섭지만 그 속에 공감을 품은 따스한 '눈길'은 더 이상 차갑지 않다. 오히려 황량한 세상에 온기를 돌게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의 '시선'과 너의 '시선' , 그 '사이'의 따스함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예전에 서울대학교 행복교육연구센터에서 연수받을 때 메모해 놓았던 문장이 떠올라서 얼른 찾아 적어놓아 보았다.


자극과 반응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빅터 프랭클





두 번째 사이, '사람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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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챕터는 교사인 나에게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현실'과 '상상'의 사이

'기대'와 '실망'의 사이

'교사'와 '학생'의 사이


비 예보에 좌절된 고구마 캐기.

실망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기대와 상상, 그리고 표현을 자극하고, 현명한 질문과 해법으로 아이들을 고구마밭보다 더욱 신나고 재미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데리고 다녀온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을 비춰보았으면 했던 묵직한 마지막 문장.

나는 사려 깊은 어른인가?



사려 깊은 어른이 아이들을 바꾼다.
어른들의 언행이 이처럼 무겁다.







세 번째 사이, '유년의 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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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고구마들의 보랏빛과 노란색 '사이'.

고구마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네 인생살이를 본다.


내가 더 잘났니, 네가 더 잘났니

내 말이 맞니, 네 말이 맞니


허구한 날 티격태격하고 쌈질을 해대지만 금세 툭툭 털고 다시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가는


반 아이들,

동네 사람들,

가족들의 정겨운 '사이'가 느껴진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어떤 대통령이 어떤 국정기조를 삼아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책 읽는 대한민국'

'책 읽어주는 대통령'이 나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희망을 작가님과 함께 품어 본다.








네 번째 사이,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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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여기서 기다려.
곧 데리러 올게......

<검은 강아지> 중




귀여운 강아지에 대한 해맑은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검은 강아지>를 도서관에서 처음 읽었던 날의 충격이 아직도 가슴에 선선하다.


검은 강아지의 기대 섞였던 기다림은 점차 불안의 어두운 색을 섞게 되고, 그저 애태우며 속절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망의 색으로 변해간다.


하얀 털빛이 검은색으로 변하도록 찾아오지 않는 무정한 주인, 그 곁을 지켜주는 건 그와 똑 닮은 흰 강아지. 하늘에서 무심하게 내려오는 하얀 눈을 함께 맞으며 흰 강아지가 나지막이 이야기했을 것 같은 문장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 내 옆에...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참, 고마워

<검은 강아지> 중





저승과 이승 '사이' 그곳에는 처절한 기다림과 좌절된 기대, 그리고 불안과 절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기다림을 멈출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닐는지.

순정만화 속에나 나올법한 애틋한 기다림만 기대하기엔 세상이 참으로 매정하고 빨리도 변화하는 것 같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지만 검은 강아지는 저승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었길 바란다.





그림책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한 에세이집은 많지만 읽으면서 무언가 2% 부족함을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도 뭐 그리 다를까 하는 나의 교만했던 첫 마음을 책장을 넘기면서 부끄럽게 만들어준 책.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

혹은 그저 그림책을 가끔이라도 읽어본,

아니 어릴 때 이후로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이'들이 그림책을 매개로 조금은 그 벌어짐의 각도가 작아지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