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느낀 것을 시로 옮겨봅니다.
말과 말이 동음이의어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를 둘러싼 강을 끼고 세상에 나온다
그 강은 하루하루 지나며 각자의 모습으로 흘러간다
어느 부분은 깊고 얕으며 고여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굽이쳐 날뛰기도 하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만나고 또 다른 하나를 만나 하나가 되어 마을이 된다
하나와 하나는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다
강은 쉼없이 흐른다
하나와 하나는 그 강을 건너기 위해 말을 보낸다
말은 깊고 고요한 강을 건너기도 하고
얕고 참방참방한 강을 건너기도 하고
바위가 많고 물이 날뛰는 강을 건너기도 하고
아무리 해도 가닿지 않을 듯한 너른 강을 건너기도 하고
그 강의 건너편에 도착했다고 생각할 즈음에 다른 강을 만나기도 하고
말이 마을에 닿았을 때 말은 강을 건너며
지치기도 하고
촉촉한 생기를 얻기도 하고
더 고요하고 깊어지기도 하고
힘없이 늘어지기도 하고
거친 숨을 내뿜기도 하고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내기도 하고
말이 없으면 마을은 영원히 서로의 존재를 가늠할 수 없다
말이 있어 마을은 기쁨 슬픔 분노로 차오른다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힐 때 내 강을 돌아본다
말이 건너와 나의 마을에 닿을 때까지 여정을 상상해 본다
말이 나의 강과 다른 강을 떠돌다 왔는지 짚어본다
말이 지치지 않도록
비명을 토해내지 않도록
그게 마지막이 아니도록
내 마을에 마구간을 지어본다
김소연 시인을 좋아한다.
김소연 시인이 시를 쓰는 힘은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라고 한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이 세계에서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꽤 괜찮은 일이 시를 쓰는 일이라고."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것들을 풀어보았다.
내가 이 시를 쓰며 안도감과 용기를 느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 닿았으면 좋겠다.
꽤 괜찮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