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비관의 늪에 빠지지 않기

"나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 류현진

by 나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리고 퇴원하고 일상에 복귀해서도 제일 힘들었던 건, 자꾸만 마음이 쓸데없이 약해진다는 거다. 자꾸만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거다.


사실 난 액티브한 스포츠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걸 즐긴다. 매일 아침 걷고, 걸으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요가를 하고, 매일 꾸준히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특히 걷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은 내 스스로 일상에서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넘어지고 나서 지금까지 두 달 동안 그 즐거움이, 평온한 일상이 모두 깨져버렸다.


제대로 걷지 못하니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요, 걷는 동안 생각하는 시간이 없어졌다는 게 두 번째 어려움이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말 그대로 환자였다. 환자복을 입고 삼시세끼 나오는 밥을 먹고, 그렇게 2주 동안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퇴원해서 일상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생겼다.


넘어지던 순간, 오른 발이 꺾이던, 내 두 눈으로 본 그 장면이 몇 번이고 슬로우 비디오로 반복되곤 했다. 그러다 오른 발을 바라보면 깁스 안에 꽁꽁 싸매져 있다. 절대 발에 체중을 싣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꼭 목발을 짚었다. 미세한 통증도 남아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무심하게 말씀하신 "뼈가 부러진 곳은 없는데, 여러 군데 부서졌어요."라는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수술만은 안 하길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고 바랐던가.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은 병실 안이었다.


언제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한번 비관적인 생각에 빠지면 생각보다 쉽게 그 생각들에 잠식된다.


그때 느낀 게 있다.

어려움, 불행을 제일 연민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꾸만 비관적으로 현실을 보는 건 나 자신밖에 없다.


당연히 나의 불행이고 어려움이기 때문에 타인이 바라보는 것과 같을 수 없다. 상황을 직접 헤쳐나가는 입장이 되어보면 실제로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 많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비관적인 스스로의 생각이었다.


조금만 초연해질 수 있을까? 조금만 떨어져서 상황을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어렵게만 보이던 것들이 조금씩 방법이 보인다. 말로 하면 쉽지만 조금만 태연하게 스스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이게 실제로 겪어보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다가 류현진 선수의 기사를 보았다.

"나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

이 한마디에 큰 감동을 느꼈다. 운동 선수이기에 부상은 분명 그에게 큰 난관일 것이다. 좌절감을 느껴야 했을 혼자만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진짜 강한 선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살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것 때문에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할 때, 그때 "나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한다.


#류현진선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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