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고래 Oct 20. 2021

프롤로그 : 방탄유리 멘탈로 단련되다

유리 멘탈에서 방탄유리 멘탈 세 쌍둥이 엄마로 단련되고, 사람도 되고

 살면서 나는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9살부터 중1까지 조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사정상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없었다. 그 시절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하면 놀림을 받았다. 부모님이 있는 것 뻔히 알면서도 상처 주려고 '고아'라고 놀리는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옆 집 살아서 우리 집 사정 다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다 중2부터 다시 아버지와 살게 되었으나 신데렐라와 같은 이유로 나는 큰 고모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모와 사촌 언니, 오빠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나보고 집에가라고 하지 않으셨고 그렇게 대학 졸업까지 얹혀 지냈다. 


 모진 세월이었으나 나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항상 버티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다.  엄마 아빠 떨어져 있는 어린 조카 늘 마음 아파 챙겨주시는 큰아버지랑 큰어머니도 있었다. 친구처럼 친자매처럼 항상 곁에 있어주는 사촌도 있었다. 그러기에 나의 어린 시절은 따뜻했다. 그 감사한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어른이 되고 나니 알겠더라. 참 따뜻했다는 것을... 청소년 시절에는 고모와 언니, 오빠가 있었다. 보너스 타는 달이면 기죽지 말라고 백화점 가서 늘 좋은 옷 사 주는 언니도 있고, 친딸처럼 보살펴 주시는 고모도 있고, 오빠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부모님의 부재는 그렇게 메꿔졌으나 나의 멘탈은 부서졌었나 보다. 아팠던 시간만큼 단련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기저기 금이가고 조금만 건드려도 나는 마음을 베어버리는 유리 멘탈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마음 따뜻한 짝꿍이를 만났다. 밝고 맑고 특히 잘생겨서 좋았다. 그냥 딱 첫눈에 반했더랬다. 대학 오리엔테이션 가서 나는 인생 짝꿍이를 만났다. CC는 아니었고 나중에 26살에 우연히 연락이 되어 만나게 되었고, 평생 동반자가 되었다.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지 않을까 한다. 좋은 곳, 비싼 곳,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짝꿍이랑 같이 가면 다 행복한 곳이 되었다. 보란 듯이 성공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내게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과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아직 사람 되기엔 모자랐나 보다. 인생 쓴맛 탈출의 마지막 관문인 세 쌍둥이 엄마 되기가 남아있었다. 마지막 퀘스트는 언제나 힘들지 않은가? 최종 보스는 역시 강했다. 나의 유리 멘탈은 산산이 부서졌고, 그들이 만들어준 방탄유리 멘탈로 강화되었다. 어떤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방탄 유리가 된 것이다. 

 '사람이 되려면 부모가 되어야 한다'라는 옛 말이 있다. 물론, 부부의 선택이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서 따라서 자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간절했고,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왜 나에게 주어졌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몰라도 좋을 경험과 감정들을 알게 된 이유가 있겠지. 아마도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알게 하려고 한 것 같다. 


 불교에서도 기독교에서도 모든 생물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쓰임이 있다고 한다. 나의 쓰임 그 끝에는 무엇일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어쩌다 상담학 박사인 내가 짐작하는 것은 넉넉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잠시나마 힘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한다. 내 마음은 그렇게 평생을 단련되고 있는 중이다. 


 나를 가장 단련시킨 특별한 나의 아이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기 딱 반인 10살이 곧 오기에 기념으로 10년의 기록을 시작한다. 육아 일기는 아니고 육아 보고서? 육아 회 기록? 그런 글이다. 여러 권이 될 이야기의 제1권은 만남이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짝꿍 이를 만나 사랑하고 세 쌍둥이 부모가 되었다. 우리 가족의 만남, 우연이 아니길 바라며 이 글을 읽어주는 그대 또한 나와의 인연이 우연이 아니길 바란다. 


오늘도 바쁜 하루 중에 글을 읽은 당신을 응원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