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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래 Oct 11. 2021

선생님, 앞이 안 보여요

수술 중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세 쌍둥이뿐만 아니라 모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경이롭지만 위험하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보이지 않으니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가 위대한 이유가 이것이다. 두 개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서 엄마의 심장 압력은 높아진다. 나는 네 개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서 평소 100 정도의 높지 않은 혈압이었지만 임신 중 140 이상을 유지했다.


 그리고 24주가 지나면서부터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단백뇨가 생겼다. 우리 몸에서 영양소는 배설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임신 중에는 단백질이나 당류가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백뇨가 생긴 후로 일주일에 4-5 kgf정도 몸무게가 늘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임신중독증 전초 증상이라고 했다. 임신 중독은 전자간증이라고 하며 산모와 아이에게 모두 위험하다. 특히 산모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하더라.

 

 임신중독증은 단백뇨+고혈압인데 다행히 나는  고혈압이 아니라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150이 넘어가면 바로 응급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간신히 145 정도를 유지하중 제왕절개를 하게 되고 문제가 생겼다.  수술 중에 미친 듯이 혈압이 상승한 것이다. 180 이상까지 갔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수술대 위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뺨을 막 때리는 거다. 엄마! 정신 차리라고 힘내라고 눈뜨라고 숨 쉬라고... 그런데 숨이 안 쉬어지더라.


 하얀빛이 보였다. 천국 같았다. 그 와중에도 참 아름다운 빛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디쯤 가다 보면 선생님이 깨워서 눈을 떴다가 감았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내가 수술장에 들어간 시간이 약 23시 30분쯤이고 아기들이 나온 시간이 새벽 1시 정도였고, 내가 수술장에 나온 시간이 새벽 4시쯤이었다. 다른 제왕절개보다 수술이 오래 걸린 건 당연하지만 차이가 많이 낫다. 아마도 정신을 못 차려서였을 것이다.


 아기들 낳기 전 마지막으로 6시쯤 피자 한 조각을 먹었는데 그것 때문에 전신마취를 했다. 그 후유증은 2년은 간듯하다. 전신마취를 했으니 기도삽관을 했는데 자가 호흡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4년 정도 수면 중 무호흡 느낌이 들어 잠자다 깬 적도 많았다. 짝꿍이는 수술장 밖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마도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울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맘이 여린 짝꿍이니까 안 봐도 비디오다. 맘 여리고 철없는 어린 부부는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아침이 되어 아기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 오라고 해나보다. 기저귀, 비타민 디 등등 당장 필요한 것들을 사야 하는데 그때만 해도 울짝꿍이가 인터넷 주문 같은 거 잘 안 해봐서 조심스레 나를 깨우는 거다. 이것저것 사야 한다고. 겨우겨우 눈을 떴는데 앞이 캄캄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았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한쪽만 안대를 끼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짝꿍아! 난 눈이 안 보여!"라고. 아직 어른들도 오시기 전이라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짝꿍이는 너무 놀라 큰 눈이 더 커졌다.


 그런데 더 큰  일은 내 눈이 아니라 우리 아가들이다. 첫째 아라는 750g 밖에 안 되는 초극소 미숙아에 둘째는 1.4kg, 셋째는 1.1 kg이었다. 750g이라니 병원이 초 비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눈이 안보이다고 하자 더 혼돈의 카오스가 된 거다. 급하네 안과 외래 잡고 검사하니 원인은 수술 중 높아진 혈압으로 시신경에 물이 차서였다. 회복이 되긴 할 건데 아주 천천히 진행될 거라고, 몇 년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 돌아오긴 하겠지?


 이벤트의 서막은 너무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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