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뿐만 아니라 모든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경이롭지만 위험하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보이지 않으니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가 위대한 이유가 이것이다. 두 개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서 엄마의 심장 압력은 높아진다. 나는 네 개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서 평소 100 정도의 높지 않은 혈압이었지만 임신 중 140 이상을 유지했다.
그리고 24주가 지나면서부터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단백뇨가 생겼다. 우리 몸에서 영양소는 배설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임신 중에는 단백질이나 당류가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백뇨가 생긴 후로 일주일에 4-5 kgf정도 몸무게가 늘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임신중독증 전초 증상이라고 했다. 임신 중독은 전자간증이라고 하며 산모와 아이에게 모두 위험하다. 특히 산모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하더라.
임신중독증은 단백뇨+고혈압인데 다행히 나는 고혈압이 아니라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150이 넘어가면 바로 응급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간신히 145 정도를 유지하는 중 제왕절개를 하게 되고 문제가 생겼다. 수술 중에 미친 듯이 혈압이 상승한 것이다. 180 이상까지 갔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수술대 위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뺨을 막 때리는 거다. 엄마! 정신 차리라고 힘내라고 눈뜨라고 숨 쉬라고... 그런데 숨이 안 쉬어지더라.
하얀빛이 보였다. 천국 같았다. 그 와중에도 참 아름다운 빛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디쯤 가다 보면 선생님이 깨워서 눈을 떴다가 감았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내가 수술장에 들어간 시간이 약 23시 30분쯤이고 아기들이 나온 시간이 새벽 1시 정도였고, 내가 수술장에 나온 시간이 새벽 4시쯤이었다. 다른 제왕절개보다 수술이 오래 걸린 건 당연하지만 차이가 많이 낫다. 아마도 정신을 못 차려서였을 것이다.
아기들 낳기 전 마지막으로 6시쯤 피자 한 조각을 먹었는데 그것 때문에 전신마취를 했다. 그 후유증은 2년은 간듯하다. 전신마취를 했으니 기도삽관을 했는데 자가 호흡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4년 정도 수면 중 무호흡 느낌이 들어 잠자다 깬 적도 많았다. 짝꿍이는 수술장 밖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마도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울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맘이 여린 짝꿍이니까 안 봐도 비디오다. 맘 여리고 철없는 어린 부부는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아침이 되어 아기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 오라고 해나보다. 기저귀, 비타민 디 등등 당장 필요한 것들을 사야 하는데 그때만 해도 울짝꿍이가 인터넷 주문 같은 거 잘 안 해봐서 조심스레 나를 깨우는 거다. 이것저것 사야 한다고. 겨우겨우 눈을 떴는데 앞이 캄캄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았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한쪽만 안대를 끼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짝꿍아! 난 눈이 안 보여!"라고. 아직 어른들도 오시기 전이라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짝꿍이는 너무 놀라 큰 눈이 더 커졌다.
그런데 더 큰 일은 내 눈이 아니라 우리 아가들이다. 첫째 아라는 750g 밖에 안 되는 초극소 미숙아에 둘째는 1.4kg, 셋째는 1.1 kg이었다. 750g이라니 병원이 초 비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눈이 안보이다고 하자 더 혼돈의 카오스가 된 거다.급하네 안과 외래 잡고 검사하니 원인은 수술 중 높아진 혈압으로 시신경에 물이 차서였다. 회복이 되긴 할 건데 아주 천천히 진행될 거라고, 몇 년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 돌아오긴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