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문화전쟁 한복판에서 펑크락을 외치다

<슈퍼맨>(2025) 감상/해석

by 해달 sMinis

1. 펑크락

제임스 건의 <슈퍼맨>(2025)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슈퍼맨의 리부트작으로, 기존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이 작품은 펑크락의 미학과 정신을 빌려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이슈들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독특한 리듬감과 시각적 언어, 그리고 캐릭터들의 대사를 통해 감독은 펑크락이 지향했던 반항과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슈퍼맨이라는 상징적인 존재에 투영하며, 기존 슈퍼맨 영화보다 좀 더 진보된 경험을 선사한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1968년 전 세계를 휩쓴 '68운동'의 정신과 그 이후 등장한 펑크락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68운동이 기성 질서와 권위에 대한 저항, 자유와 평등을 외쳤던 이상주의적 움직임이었다면, 1970년대 중반 등장한 펑크락은 이러한 이상이 좌절된 후의 냉소와 허무, 그리고 다시금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하려는 'DIY(Do It Yourself)' 정신을 표방했다. 펑크락은 기존 음악 산업의 상업성과 복잡성에 반기를 들고,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와 직설적인 메시지로 사회 부조리를 비판했다.


<슈퍼맨>은 표면적으로는 밝고 희망적인 슈퍼히어로 서사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성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렉스 루터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은 현재 트럼프로 상징되는 미국 정치 현실과 직접적으로 대응되며, 이민자에 대한 관용과 인간적 친절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펑크락이 추구해온 포용적 가치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2. 조악함, 원초적 에너지

제임스 건이 <슈퍼맨>에서 구현한 펑크락 미학의 핵심은 '싸구려 미학(cheap aesthetics)'과 'DIY(Do It Yourself) 정신'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연출에 있다.

이는 특히 렉스 루터의 심복인 엔지니어와 울트라맨이 슈퍼맨과 초록색 잔디밭 경기장에서 벌이는 전투 시퀀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장면은 <맨 오브 스틸>처럼 웅장하고 매끄러운 비주얼 대신, 매우 빠르고 정신없는 카메라워크, 명확하게 드러나는 클로즈업 위주의 편집, 그리고 원색을 최대한 쨍하게 활용한 미장센으로 채워진다. 이는 마치 2000년대 초반 인디 펑크락 밴드들의 MTV용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싼마이틱하면서도 깨발랄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Green Day의 'Basket Case' 나 Sum41의 ‘In Too Deep’)

<슈퍼맨>의 전투 장면 또한 이러한 '의도된 조악함'을 통해 거대 자본과 완벽주의에 대한 반기를 들고, 날것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우선시하는 펑크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펑크락이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저렴함'을 미적 감각으로 승화시켜 거대 자본과 기성 질서에 대한 저항을 드러냈듯이, <슈퍼맨>은 이러한 시각적 언어를 통해 영화에 친근함과 함께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의 문법에 대한 유쾌한 전복을 시도한다. 이는 단순히 예산의 문제라기 보단, 완벽하게 다듬어진 블록버스터의 관습에 대한 의도적인 반기를 드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DIY' 미학은 캐릭터 디자인과 세트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제임스 건은 다시 슈퍼맨 수트의 색감을 원색으로 되돌리고 빨간팬티를 부활시켰 듯, 과도한 무게감 대신 친숙하면서 개성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이는 슈퍼맨을 더욱 인간적이고 접근 가능한 영웅으로 만들려는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다. 원색적이고 쨍한 색감의 미장센은 고급스러운 시각적 완성도보다는 날것의 에너지를 우선시하는 펑크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3. 음악적 리듬

제임스 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보여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영화에 리듬감을 불어넣는 탁월한 능력은 <슈퍼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의 영화는 마치 한 편의 팝 음악처럼, 혹은 이 경우엔 한 편의 펑크락 음악처럼, 청각과 시각의 리듬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제임스 건은 에드가 라이트와 더불어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슈퍼맨>에서 이러한 특징은 펑크락의 리듬감과 에너지를 시각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영화의 편집 리듬, 카메라 움직임, 그리고 액션 시퀀스의 구성은 모두 펑크락 음악의 구조적 특징을 반영한다. 빠르고 직선적이며, 복잡한 기교보다는 원초적 에너지를 우선시하는 펑크의 특성이 영화 전반의 리듬감을 결정한다. 이러한 미학적 선택은 관객들로 하여금 기존의 진부하거나 과도한 무게감을 짊어지고 있던 블록버스터 문법에서 벗어나, 더욱 신선하고 활력 넘치는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4. 트럼피즘

누구라도 영화 속 렉스 루터의 모습을 보면 현재의 트럼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 68운동 당시 펑크락이 날선 비판을 가했던 기성세대의 모든 특징을 집약한 캐릭터다. 그의 과학적 천재성에 대한 인정욕구와 강박적 성격은 권위주의적 엘리트의 전형적 모습이며, 이는 현재의 트럼프적 권위주의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그가 슈퍼맨을 증오하고 제거하려는 이유는 단지 그가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쓸데없는 사족이나 개똥철학 혹은 드라마틱한 서사를 더하지 않는다. 이는 펑크락의 직설적인 면모와 일맥상통하는 듯한데, 요즘같이 악역에 대해 자꾸 입체적 면모를 부여하려는 경향에 반하여 오히려 매우 영리한 풍자처럼 느껴진다.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단순한 흑백논리가 더 효과적 전략일 수도 있다. 비디오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라.)


<슈퍼맨> 은 이민자 혐오를 선동하는 특정 위정자들의 편협한 논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이는 '트럼피즘'으로 대변되는 반지성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포퓰리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자, 68혁명 당시 기성세대의 위선과 맹목적인 혐오에 대한 펑크락의 저항 운동을 재현한 것이다.


<슈퍼맨>에서는 렉스 루터가 사회적 권력과 명분을 내세우며 대중들을 조작하고 자신의 이득만을 좇는다. 그의 언변은 진실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결국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묘사는 현 시대의 부조리한 권력자들을 풍자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 속 정치적 상황을 비춰보게 만든다.


5. 펑크적 희망, 포용적 정체성

<슈퍼맨>이 던지는 메시지는 영화의 정치적 함의를 명확히 드러낸다. "내가 크립토 행성에서 온 외계인임을 인정하지만, 나는 여기서 너희와 똑같은 감정과 인생으로 성장한 인간이다." 라는 대사는 이민자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선언이자, 인간성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외침이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가치와 경험'을 주장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펑크 문화의 저항 정신과 일치한다. 이는 이민자들을 '침략자'나 '범죄자'로 낙인찍으려는 시도에 대한 정면 반박이며, 인간 존엄성의 옹호이기도 하다. 슈퍼맨은 단순히 힘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진정한 의미의 '공존'을 설파하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그의 행동과 메시지는 분열된 사회에 통합을 말하며, 진정한 영웅은 타자를 포용하고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펑크락의 'No Future'와 'Do It Yourself' 정신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주체적인 태도를 강조한다. <슈퍼맨>의 클라크 켄트는 단순히 낙관적인 이상주의자가 아닌, 냉소적인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희망'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일종의 '펑크락적 희망'을 대변한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보다는 개인의 의지와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에너지와도 연결된다.


5. 현실에 대한 문화의 대응

펑크락 장르가 가진 정신적-정치적 함의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한다. 이는 특히 현재 도널드 트럼프가 상징하는 정치적 상황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 전쟁, 이민자 문제, 국제-중동문제 등 시의적절한 이슈들과 맞닿아 있다. 펑크락이 1970년대 중반, 영국과 미국에서 기성세대의 위선,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부패에 대한 저항과 반항 정신을 바탕으로 태동했듯이, <슈퍼맨>은 이러한 비판적 시선을 현대 사회에 투영한다.

어쩌면 <슈퍼맨>의 정치적 메시지와 풍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의 기능을 훌륭히 계승한 예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코미디가 당대 정치인들을 직접적으로 풍자하며 민주주의적 비판정신을 구현했듯이,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수행한다. 이 때 영화 매체의 대중적 접근성은 고대 연극보다 훨씬 강력한 풍자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과거 고대 그리스 연극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대중에게 현실에 대한 인식을 유도하며, 은유의 방식으로 과감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펑크락이 등장했을 당시에도 기성세대로부터 강한 반발과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제임스 건의 <슈퍼맨>역시 현재의 특정 담론으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실은 현대 문화의 총아로써 영화가 단순히 유희를 넘어선 사회적-정치적 역할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6. 결론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펑크락의 미학과 정신을 빌려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편견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이는 과거 고대 그리스 연극이 그러했듯, 영화가 현재 민주주의 사회 내부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문화적 방식의 발언임을 증명한다.


​렉스 루터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과 슈퍼맨이 체현하는 포용적 가치관의 대립은, 현재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축소판이다. 제임스 건은 이 영화를 통해 슈퍼맨이라는 아이콘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정의하며, 그가 가진 '희망'의 메시지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저항 정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충실히 제공하면서도, 펑크락 정신을 현대적 맥락에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인듯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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