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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담 Feb 19. 2024

공공기관에 가고 싶은 이유 03.

1.3 워라밸과 초과근무의 상관관계

                                

이번엔 『워라밸』에 대해 다뤄보겠다. 앞서 ‘안정성’이 부모님 세대와 IMF를 겪으면서 부각된 장점이었다고 했다. 반면 워라밸은 본격적으로 지금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MZ세대를 대표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건 안정성과 더불어 공공기관의 장점 투톱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최근에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신분에서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일한다(많이 시킨다). 회사라는 조직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직급이 높아지고 연봉도 높아지는데 회사에 이익이 되지 못하면 희망퇴직 권고문이 언제 날아올지 모른다.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나뉜다. 사는 지역이 세종시와 가까워 종종 놀러 가는데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대부분의 청사에 불이 켜져 있다. 국가직 공무원은 정책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일이 정말 많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기업 직원은 젊을 때 돈 많이 벌어놓고 40대 이후에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이다. 여름휴가로 제주도나 일본에 가면 내로라하는 대기업 직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아직 젊은 그들이 ‘10년만 바짝 일하고(벌고) 편한 데 가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필자가 다녔던 회사에도 매년 정기 채용에 삼성, LG 등 대기업 7~10년 경력자들이 몇 명씩은 꼭 있었다. 연봉이 심하면 반토막이 날 수도 있는데도 왜 왔냐고 물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힘들어서요…”라고 말한다.

한편 국가직 공무원들은 업무 전문성과 경험을 쌓은 후에 업무 유사성이 높은 공공기관으로 가고자 한다. 보통 행시(5급) 출신들은 연봉 때문에 대기업으로 가고, 7급 출신들은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추세로 보인다. 어쨌든 대기업이든 국가직(7급)이든 모두 빡센(?) 업무강도 대비 워라밸을 목적으로 한 이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직의 경우는 대부분 9급으로 입사하게 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편의점 알바 정도밖에 안되는 박한 연봉이 문제이다. 덕분에 요즘 지방직 임용 3년 이내 면직(퇴사)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하며, 연봉을 높여보고자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다.         


(사진 : 하위직 공무원 면직 비율 증가에 대한 기사)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내 기억에 2015년쯤에 한창 붐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MBTI가 ENTJ다. 사실 일이 재미있고 보람과 가치를 느끼면 늦게까지 일해도 괜찮다는 주의이다. 하지만 그 반대인 의미 없는 초과근무(주말 출근 포함)는 참지 못한다.     

이제 공기업에서의 워라밸을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다뤄보려 한다. 이번 장에서는 첫번째 '초과근무수당이 있는가'에 대해 적어보겠다.    



1. 회사에 초과근무수당이 있는가?

- 초과근무수당의 명(明)과 암(暗)     


 군대와 보험회사를 거쳐 이직한 세 번째 직장은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었다. 나름대로 H사, K사, G사 등 대기업에 직접 납품도 하는 1.5차 벤더였고, 곧 중견기업으로 넘어갈 만한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회사는 그 당시 직전 2년 전만 해도 1, 2차 벤더에만 부품을 공급하는 ‘찐’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다 어떤 기술개발에 성공해 엔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사이에 공장을 2개 더 지었고 매출과 고용이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보였다(1년도 안 되어 이직한 이유). 회사 외형적인 것은, 특히 재무적 수치 같은 부분은 일반인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성장률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회사 내적인 부분은 수치로 표현하기 곤란하고 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곳은 회사는 성장했는데 ‘사람들의 성장’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2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 그전만 해도 7~80명의 직원, 매출 200억 대에 순이익은… 겨우 5천만 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남는 게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회사에 규정, 규칙 같은 것도 갖춰져 있지 않아서 직원 복지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그만큼 직원들의 의식도 아직 소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초과근무수당은 생산직만 있었다.

 내가 입사할 때쯤엔 규정이 막 생긴 상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허접하기 그지없었다. 사무직 초과근무수당은 내가 퇴사할 때까지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무직 직원들은 초과근무수당 없이 거의 매일 저녁 8~10시까지 근무했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무료로 일하는 시간이 매주 20시간이 넘었던 셈이다.

 회사가 커지면 사람도 많아지면서 피고용인들이 모여 고용주에게 복지 등의 권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러나 직원 의식이 그만큼 성장하지 않으면 정당한 권리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회사는 소기업 시절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가 직원들 몸에 배어있었다. 듣기로는 이후로도 수년간 무료로 초과근무를 했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야근을 수두룩하게 하는 세상에서 초과근무 없는 회사를 찾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이번 정부에서 69시간 근무제로 변경한다는 이슈가 있었으나, 23년 11월 현행 52시간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루 8시간씩 5일(40시간)에 주말을 포함한 추가 연장근무 12시간을 더한 숫자다. 한 달 4주로 치고 월 최대 48시간을 연장근무 했다고 치면, 세전연봉이 5천만 원일 때 월 약 143만 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산식: 월 급여액 약 417만원 / 209시간 * 1.5배 * 48시간 = 143만 원). 단순 계산해서 세전 월 급여액의 30%에 달하는 숫자이며, 일반 회사원에게는 아무리 워라밸이 중요해도 전부 포기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초과근무수당을 안 쓰고 몇 개월만 모아도 일본이나 동남아에 4박 5일 정도는 다녀오고도 남을 여유가 생긴다.

 직무에 따라 바쁜 부서도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서가 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야근이라면 기왕이면 초과근무수당이 있는 회사가 더 좋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초과근무의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내 경험과 지인들을 통한 정보 및 ‘알리오’를 활용한 조사 결과, 공공기관 중에서도 좋은 곳일수록 초과근무수당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없는 것이 아니라 초과근무수당, 명절 수당, 보직 수당 등 각종 수당을 모두 연봉에 산입하고 있었다. 보통 ‘통합연봉제’ 또는 ‘포괄 연봉제’라고 부른다.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직전 회사에서 연봉 4,000만 원인 직원이 실제 연말정산을 하면 원천징수는 대략 6,000만 원이 나온다. 즉 ‘월급’ 명목으로 매달 타박타박 들어오는 돈은 333만 원(세전)이지만, 실제로 월급 외에 각종 수당과 성과급으로 들어온 급여가 2,000만 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수당이나 성과급은 초과근무수당 외에는 매달 들어오는 급여는 아니다. 9급 공무원의 1호봉 월급여액이 170만 원이지만, 수당 등을 포함한 실제 소득은 2,8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반대로 통합연봉제로 6,000만 원의 연봉이 책정되었다면 60,000,000 / 12 = 5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통합연봉제이니만큼 야근을 해도 수당은 없지만, 반대로 말하면 야근을 안 해도 일정 초과수당만큼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준정부기관, 연구개발목적기관 등에서 많이 쓰는 급여 제도인데 개인적으로는 통합연봉제의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성과급 때문이다.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기본연봉(본봉)에 일정 수치를 가산해서 준다.

대기업에서 많이 쓰는 PS, PI에 대해서는 취업 준비하면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둘 중에서 PS를 진짜 성과급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S 전자 과장이라면 기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데 5천만 원은 우스울 정도로 가져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연봉’이 기준이다.

반면 공공기관은 PS보다는 PI에 가깝다. 연봉이 기준이면 좋겠지만, 보통 ‘월 급여액’의 50% ~ 200% 정도가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성과급은 근무성적평가 등급에 비례해 지급되는데 S가 200%, A가 150%, B는 100% 이런 식이다(D등급이라면 ‘0’ 이다). 앞서 말했던 연봉 5천만 원인 사람이 B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으로 417만 원이 나오는 셈이다. 그마저도 S~D등급의 비율이 상대평가로 정해져 있다. 만약 200%인 S등급을 받으려면 300명인 회사에서 못해도 2~3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어쨌든 대기업처럼 몇천만 원의 성과급을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여기서 통합연봉제에 대해 설명했던 부분을 살펴보겠다.    

 

A 대리 : 연봉 3,600만 원 (초과근무, 명절 수당 등 각종 수당 존재)

B 대리 : 연봉 6,000만 원 (수당 없음)     


 이 정도 설명했으면 눈치 빠른 분들은 바로 보일 것이다. 두 사람은 연봉은 다르지만, A 대리가 각종 수당을 합하면 연 소득은 비슷하다. 그런데 두 직원 중에서 둘 다 A등급을 받았고, 두 회사 모두 A등급에는 15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둘 중에 누가 더 이득일까?

 A 대리는 450만 원을 받고 B 대리는 750만 원을 받게 된다(연봉/12*1.5이다. ‘연봉’이 아닌 ‘월 급여액’ 기준임을 잊지 말자). 두 직원 모두 급여만 본다면 비슷한 소득을 보이겠지만,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기본연봉’이 다르니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PS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고 300만 원 차이라 크게 와닿진 않겠지만, 연봉이 높아질수록 수치도 높아지는 점도 고려하자. 

 그리고 공공기관은 사기업에서 주목받는 복지에 대해 몇 년 늦더라도 나중에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없던 명절 수당을 노조의 요구로 인해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수당도 연봉 기준으로 산정된다. 당장 눈앞의 초과근무수당을 바라는 것보다 차라리 기본연봉이 ‘쎈’ 통합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로 입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한 번 더 강조한다. ‘기본연봉’이 높아야 성과급이든 수당이든 ‘사이즈’가 달라진다.     


 자, 다시 워라밸 얘기로 돌아오자. 지금부터는 초과근무와 초과근무수당이 워라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다. 앞서 굳이 길게 산식까지 동원해 가며 수당과 성과급을 설명한 이유는 수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초과근무수당이 있는 회사라면 워라밸을 기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통합연봉제’까지 설명한 이유, 초과근무수당이 있다면 대체로 기본연봉이 낮은 경우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우선 심리적으로 ‘내 연봉이 낮다.’고 인식한다. 그다음은 회사에서 허용하는 시간까지는 대부분 초과근무 시간을 다 채우려고 하게 된다. 

 초과근무수당은 일반적으로 시간당 1.5배가 책정되며, 법적으로 12시간까지 할 수 있다(시간은 직종, 직무에 따라 다르고 아예 적용받지 않는 직종도 있다). 참고로 연장근무 12시간은 주 단위이다. 앞에서 한 달을 4주로 치면 연장근무가 48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48시간에 대해 온전히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면 회사는 인건비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회사가 어려우면 사람부터 자르는 구조조정을 먼저 하지 않는가.

 초과근무 시간은 취업규칙이나 내부 인사 규정으로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월 30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허용했다. 30시간을 다 채우면 내 기준 월 8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직급과 연봉이 높으면 월 100만 원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서 초과근무를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월 60~120만 원 이상의 급여가 차이가 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연봉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받는 만큼 일하게 되어 있다'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을 보면 요즘 조금 나아졌다고는 해도 초과근무를 하는 게 상상을 초월했다. 그중 몇몇은 초과근무 제도가 없는 회사도 있었지만, 회사 입장은 ‘너한테 높은 연봉 괜히 주는 줄 알아?’ 일 것이다. 신제품 출시가 다가오면 정말 집에도 못 들어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젊어서 체력 좋을 때 10년 바짝 벌어서 카페라도 차리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남들보다 2~3배 높은 연봉을 받으니 가능한 생각이다.

 어쨌든 그들은 받는 급여가 비교되지 않을뿐더러 본인들도 잘 알기 때문에 만족하고 다닌다(또는 버틴다). 통장에 찍힌 금액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워라밸을 상회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워라밸’과 ‘연봉 만족도’의 사이에서 연봉 만족도가 낮다면, 대부분은 초과근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주 2~3회씩 야근을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즉 워라밸을 포기한다.

 저녁이 있는 삶도 우선은 돈이 선제 되어야 가능하다. 동호회에 나가거나 맛집을 가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등 칼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돈에 만족하지 못하면 워라밸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연봉에 만족할 때 느끼는 워라밸 만족도가 가장 높은 법이다.

 바꿔 발하면, 워라밸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연봉이 높아야 한다는 거다. 현직자 중 연봉이 낮고 수당만 덕지덕지 많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이미 하고 있겠지만, 얼른 이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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