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2주가 흘렀다
퇴사 후 2주. 근황 토크
마지막 근무일이 1월 19일이었으니깐 사실 실질적으로 근무를 종료한지는 2개월이 되었다.
남은 휴가들을 붙이니 내 공식적인 퇴사일은
3월 3일이 되었고, 실질 퇴사일과 공식 퇴사일 중 나는 공식 퇴사일을 진정한 퇴사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책없는 퇴사 후 나는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 정확히 약 40일을 살다왔고 이제 돌아온지 보름정도가 되었다. 예상했던바이기는 하지만 퇴사를 질러버린 무모함과 용기는 이내 감당해야할 훨씬 큰 무게감으로 되돌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는.. 난생 처음보는 내 모습을 마주하면서 '번아웃'에 대해서 알았고
'그동안의 생활과 단절'이 잠시라도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으로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다녀왔다.
느긋한 곳에서 매일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면서 발바닥까지 바닥난 내 의욕과 에너지가
심장 언저리까지는 다시 차오른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할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어떻게해서든 찾아내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감정이 오랜만에 들어서 참 다행이었다.
3월 1일 새벽 비행기로 도착했다. 봄이 오는 듯하더니 갑자기 추워져버렸다는 한국 날씨만큼이나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내 심장도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무 철없이, 팔자좋게 40일씩이나 여행을 다녀왔나? 라는 생각도 스쳤다.
그렇다고 퇴사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루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들, 불안함과 두려움 모두 퇴사와 한 세트라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 실행한 것이니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2주동안 나는...
해보고 싶은 일을 아직은 막막하지만 해보기로 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히면서 해보고 있다.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하지 않게 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다. 생각할 수록 하지 말아야할 이유들만 생각나고 그것들이 실행을 원천적으로 차단시켜버린다. 퇴사도 한 마당에 이번에는 일단 뛰면서 생각해보고 어려움이 닥치면 그때마다 한번 부딪히면서 풀어보기로 했다. 한참을 뛰었는데 그 길이 아닐지라도 거기까지 뛰면서 얻은게 있을 것이고 그 길에서 또 다른 길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회사명을 만들고 사업자 등록을 했다. 회사 소개서와 명함도 만들었다. 그리고 멘땅에 헤딩을 해가면서 사업과 인생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2주동안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한다. 친구들과 예전 동료들은 한번씩 카톡으로 내 안부를 묻는다. 내가 퇴사 후에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물어보지는 못하는 눈치이다.
맞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아직은 아무런 성과도 없고,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인지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분간은 계속 나에게 안물어봐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친한 사람들은 내 퇴사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같이 운동을 하는 동호회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아직 회사에 다니는 척하고 있는데 마음이 좀 불편하다. 퇴사했다고 하면 쏟아질 똑같은 질문들과 매주 모임때마다 내 상황을 체크하는 질문들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당분간 퇴사 사실은 친한 사람들 외에는 비밀이다. 안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관심은 없는데 관심있는 척, 걱정해주는 척 날아오는 말들이 나에게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봐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아무튼 그렇게 하게 되었다.
그렇게 퇴사 후 2주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내 일을 가지기 위해서
고군분투중이다. 부디 내 퇴사 비밀이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퇴사를 커밍아웃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