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나이들고싶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 - 38일차

by 혜봄

요즘 집에서 가까운 동네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헬스장을 다녀봤지만 이 헬스장에는 좀 특별한 풍경이 있다. 40-60대 여성 회원들이 정말 많고,

그들의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 에어로빅, 스피닝, 줌바, 요가 등 GX 프로그램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그런지 분위기는 마치 무대 뒤 분장실 같다.

나는 혼자 조용히 기구 운동만 하고 오는 타입. PT도, GX도 참여하지 않고 묵묵히 내 루틴대로 움직인다.


'하나 둘 셋 넷!'을 외치며 스텝을 밟고, 강사의 동작에 박수까지 더해가며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그들. 그 에너지엔 감탄하지만, 솔직히... 도가 지나치다. 헬스장이 아니라 친목회 느낌이랄까.

대부분이 서로 ‘언니’, ‘동생’이다. 괄괄한 목소리, 호탕한 웃음소리들이 기구들 사이를 떠돈다.
스트레칭 존에 깔린 매트들은 피크닉 매트라도 된 듯, 여성 회원들은 동그랗게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뻘쭘하게 스트레칭하는 내가 그들의 친목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탈의실에선 알고싶지 않은 그녀들의 개인사를 알게된다. 누구 남편이 돈을 못 벌어 힘들고, 누구 딸은 취업을 했고, 누구 아들은 여친과 헤어졌다며… 나는 원치 않게 타인의 인생을 알아가고 있다.


겨우 운동을 끝내고 힘든 몸을 이끌고 샤워장으로 향하면, 거긴 또 2차 수다회장이다.

물소리에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목소리 볼륨은 자연히 최고치로 올라간다.


저는 건강을 위해 헬스장에 왔을 뿐인데, 저한테 왜그러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예민한가? 조용히 운동하고 싶은 내가 이상한건가?

하지만 몇 번을 생각해도 아니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공공장소의 배려를 바랄 뿐이다.

다수라고 해서, 오래 다녔다고 해서 기본 에티켓이 무시되어도 되는 걸까?

물론, 그들의 에너지와 활기는 멋지다.
하지만 그건 타인을 배려한 선에서 이루어질 때 더 아름답지 않을까?


불편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는 아니었을까?
‘나는 조용히 지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쩌면 내 기준의 조용함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들과 나는 같은 공간을 쓴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최대한 무념무상으로 트레드밀 위를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우아하게 나이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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