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챌린지 - 39일차
나는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바로 시작하는 편이다.
수영, 미술, 살사댄스, 검도, 클라이밍…
그동안 시도해본 것들을 생각하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그만큼 쉽게 시작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흥미를 잃는다.
그래서 ‘덕후’처럼 한 가지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그런 내가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됐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
물론, 구력과 실력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구력을 묻는다면 나는 “3년 정도요”라고 대답한다.
실력도, 자신감도 거기쯤에서 머물러 있다.
테니스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의외로 ‘패션’ 때문이었다.
여자 선수들이 입는 테니스 스커트를 보면서
“이렇게 예쁜 운동복이 또 있을까?” 싶었고,
그 여성스러운 복장을 입고 파워풀하게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을 느꼈다.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레슨을 시작했다.
나를 잘 알기에 처음부터 너무 지루하거나,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곧바로 그만둘 걸 알았다.
첫 레슨은 대부분 그렇듯이 코치가 던지는 공을 받아 네트로 넘기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꽤 지루하다.
그래서 나는 3개월쯤 되었을 때, 무작정 클럽을 찾기 시작했다.
테니스 클럽은 어느 정도 구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초보들을 위해 열린 클럽도 분명 존재한다.
게스트로 참여해보고 나와 잘 맞는 클럽을 찾아 가입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테니스 생활이 시작됐다.
테니스는 텃새가 심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동호회 활동은 ‘복식 경기’다.
네 명이 함께 코트를 사용하는데, 운동하러 귀한 시간을 내서 온 사람들에게
실력이 너무 안 맞는 파트너가 끼면 운동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구력이나 실력을 따지는 분위기가 생기는 거다.
이걸 단순히 ‘배척’이라고 해석하는 건 조금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본인의 실력을 조금씩 쌓아가며 나에게 맞는 클럽, 모임으로 이동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초보들끼리 모인 클럽이나, 초보도 반겨주는 커뮤니티도 충분히 많다.
혹시라도 설움을 당했다면 그래도 묵묵히 실력을 키우며 버티거나 다른 클럽을 알아보면 된다.
그러다보면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이 느껴지고 게임이 재미있어지고, 같이 땀흘리며 운동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주말 아침마다 속해있는 테니스 클럽이 활동하는 테니스장에 가는데
다른 클럽 회원 중에는 70대 할머니도 계신다.
멀리서 보면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에너지 넘치고 젊어 보이신다.
그분을 볼 때마다 나도 70대, 80대까지 테니스를 치며
활기차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운동도, 사람도, 관계도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들이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인생의 특별한 것이 되어있다.
테니스는 그렇게 지금까지 내 삶에 가장 오래 남은 ‘의외의 친구’다.
당신은 어떤 취미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나요?
혹은, 나처럼 ‘지루함이 빠른 사람’인가요?
테니스에 관심이 있다면, 부담 없이 시작해보세요.
생각보다 길게 이어질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