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해시태그 - # 명함
대학을 졸업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벌써 꺾어진 50이네’를 시작으로, ‘내일모레면 50이다’라는 말을 한동안 써먹었으며 살았다. 그런데, 꺾지 않아도, 내일모레가 아니어도 진짜 딱 50이 되었다. 그동안 난 어떻게 살아온 걸까?
50이 된 지금도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등학교 때는, ‘마흔 살이 되면 자살을 해야겠어.’라는 당돌한 생각을 했었다. 당시로서는 여자 나이 40살이 꽤나 먼 후일처럼 느껴졌고, 인생에서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어느 쪽이든 결판이 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성공을 했든 안 했든 큰 상관은 없는데, 40살 이후로는 그 성공과 실패의 결과대로 남은 인생을 쭉~ 살게 될 테니. 그 정도에서 인생을 마감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나름 되게 멋지다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의 나는 ‘자살을 해야겠다.’라던 나이를 훌쩍 지나 10년을 더 살았다. 그런데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나 하고 있는 인생이 되고 말았다.
나이 50이 되었어도 여전히 모르겠다. 내 인생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니 실패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나름대로 부러운 구석이 한두 가지는 있을 수도 있으니 마냥 실패라고 하기에는 또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의 나는 명함을 3개나 가지고 다닌다. 20년 넘게 일해 온 ‘방송작가’ 명함도 있고, 차린 지 만 2년이 안된 ‘아이디올’이라는 신생 스타트업의 대표 명함도 팠다.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와 일을 하고 있으니 ‘여행작가 000’의 명함도 내 명함지갑 한쪽에 자리하게 됐다. 명함이 3개나 된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은 ‘오 명함이 3개씩이나 되는 거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니 3개나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예전에 어떤 유명 작가는, '명함 같은 건 없어요. 일생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제 이름을 말하면 사람들이 다 알더라고요.'라고 말해 나를 주눅 들게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명함을 3개나 가지게 된 나는 뭐지? ‘이게 아니면 저거라도 그쪽이 원하는 명함이길 바라며?’라는 심정이었던 걸까?
어쨌거나, 50살이 된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계속 현재 진행형으로 인생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부웅’하고 날아올랐다가 멋지게 착지를 할지, 데구루루 구르게 될지 여전히 모르는 채로 말이다. 30년이 지난 80살의 나는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알고 있을까?
모르겠고, 일단 배가 고프니까, 50살의 내 위장부터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