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리치가 바꿔놓은 우리 가족의 하루
리치가 집에 온 지 몇 주가 지나자, 정훈의 가족에게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서연이었다.
처음엔 조심스레 다가가 안아보던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누나가 되어 리치의 모든 것을 챙겼다.
밥을 주고, 산책을 나가고, 장난감 바구니를 정리하는 것까지.
“리치야, 이건 네 이불이야. 잘 덮고 자야 감기 안 걸려.”
서연은 조그마한 인형 옷장에서 꺼낸 담요를 정성껏 펴주곤 했다.
학교에 다녀온 날이면 문을 열자마자 외치곤 했다.
“우리 리치~ 누나 왔다!”
리치도 그런 서연을 반겼다. 꼬리를 연신 흔들며 작고 따뜻한 몸을 안겨주는 리치에게 서연은 어느새 진심으로 정이 들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리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고, 자신을 “리치의 누나”라고 소개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 안엔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은주 역시 달라졌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리치의 사진을 찍어 휴대폰 앨범에 정리하곤 했다.
“얘 좀 봐, 웃는 거 보여? 완전 사람 같지 않아?”
사진 속 리치는 혀를 살짝 내민 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SNS에는 매일 리치의 일상이 업로드됐고, 어느새 팔로워들 사이에서 리치는 작은 스타가 되었다.
“리치 너무 귀여워요!”
“오늘도 리치 보려고 들어왔어요~”
“리치 덕분에 하루가 힐링돼요.”
사람들의 반응이 쏟아지자, 은주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리치도 팬클럽 생기겠어. 우리 아들, 인기 많네~”
그때부터 은주는 리치를 “아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 오늘은 기분이 어떤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가족 안에 웃음이 퍼지는 횟수도 늘어났다.
정훈은 회사 일로 바쁜 와중에도,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생겼다.
저녁에 집에 들어서면 반기는 리치를 안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는 말없이 리치를 안고, 가족이 둘러앉은 거실을 바라보곤 했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삶이었나.’
어느 날 밤, 리치가 서연의 무릎에 몸을 말고 잠들어 있을 때였다.
거실 불빛은 희미했고, 가족은 조용히 모여 있었다.
서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정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우리 진짜 부자가 된 것 같아.”
순간 정훈은 말없이 서연을 바라보았다.
딸의 눈동자엔 어떤 허영도 없었다.
단지, 함께하는 오늘이 소중하고 따뜻하다는 그 감정 하나만이 담겨 있었다.
정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리치의 등을 쓰다듬었다.
작고 따뜻한 생명 하나가 어떻게 이토록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그는 마음속 깊이 생각했다.
그래. 돈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고 웃을 수 있는 시간.
그게 진짜 ‘부자’지.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시작에는…
조그맣지만 큰 존재, 리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