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리치가 지켜준 소중한 것들
살다 보면,언제나 햇살만 비추는 날은 없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드리운다.
어느 날, 정훈은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고 돌아왔다.
책임감은 무거웠고, 생각은 끝없이 머리를 짓눌렀다.
평소 유쾌하던 그에게서 웃음이 사라지고, 말수도 줄었다.
은주도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손님은 줄었고, 새로 고용한 직원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지쳐 있었다.
서연 역시 학업과 친구 관계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표정은 밝았지만, 눈빛은 자주 멍해졌다.
어느 저녁, 온 가족이 각자의 고민에 잠긴 채 거실에 모였다.
말없이 밥상에 둘러앉았지만, 숟가락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공기마저 무거워진 듯한 순간이었다.
그때—
작은 발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리치가 정훈에게로 다가왔다.
따뜻하고 조용한 그 눈빛.
말은 없었지만, 무언가 큰 울림처럼 마음에 스며들었다.
정훈은 고개를 숙여 리치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작은 눈동자 속엔 묵묵한 응원이 담겨 있었다.
그때, 조심스럽게 서연이 말했다.
“우리… 괜찮은 거 맞지?”
그 말은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은주는 딸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정훈은 말없이 그 위에 손을 포개었다.
그리고 그 손들 사이에 리치가 조용히 몸을 웅크렸다.
작고 따뜻한 체온 하나가 마치 모든 조각난 마음을 다시 꿰매듯 이어주었다.
“우리 잘하고 있어.”
정훈이 입을 열었다.
“가끔 힘들어도, 우리는 서로 함께 있으니까.”
은주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연의 눈가엔 살짝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안도에 가까웠다.
그날 밤, 가족은 TV도 켜지 않고 리치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 각자의 걱정, 그리고 사소한 추억들까지도 천천히 꺼내놓았다.
문제가 단숨에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그날만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며칠 후, 은주는 용기를 내어 퍼즐카페의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꽃과 조명을 새로 배치하고, 손님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서연은 리치와 함께 매일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공원에서 웃으며 리치를 쫓아다니는 서연의 모습은 예전의 밝은 그 아이 그대로였다.
그리고 정훈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해왔던 ‘라면천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꺼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깨달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가족을 다시 묶어주는 건 말이나 해결책이 아니라,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
리치였다는 것을.
“부자가 된다는 건 돈만 많은 게 아니야.”
어느 날, 정훈이 딸 서연에게 말했다.
“정말 소중한 걸 잃지 않는 게 진짜 부자야.”
서연은 말없이 리치를 꼭 안았다.
“그럼 우리, 이미 부자네.”
그 말에 정훈과 은주는 서로 눈을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리치는 가족의 품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위태롭던 순간 속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준 건 말없이 다가온, 리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