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리치의 TV 광고와 전국 확장
“자, 리치야. 이번엔 진짜야. TV에 나가는 거니까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 웃어줘.”
정훈은 리치의 빨간 머플러를 한 번 고쳐 묶고, 리치의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조명이 번쩍이고, 카메라 감독이 손을 번쩍 들었다.
“레디, 액션!”
광고는 단순했고, 그래서 강력했다.
문을 사뿐히 여는 리치.
입엔 살짝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가 물려 있었다.
쪼르르 달려와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화면 하단에 자막이 떠올랐다.
‘라면 한 그릇 주세요!’
리치가 고개를 갸웃하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수백만 명의 가슴이 무너졌다.
이어지는 장면.
카운터 위에 올려진 따뜻한 라면 그릇 앞, 귀를 쫑긋 세운 채 얌전히 앉아 있는 리치.
어느 쪽도 보지 않고, 오로지 라면만 바라보는 그 순수한 눈빛.
그리고 마지막 문구가 화면을 덮었다.
“따뜻한 한 그릇. 단돈 천 원. 리치도 먹고 싶은 라면.”
‘라면천원’ —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광고는 방송 하루 만에 전국을 강타했다.
SNS에는 해시태그가 폭발적으로 퍼졌다.
#리치라면
#천원으로행복
#개가부럽다
#리치광고보고펑펑
#천원의기적
유튜브에 올라온 광고 영상은 단 이틀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겼고, 댓글엔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
“이건 단순한 광고가 아니에요. 위로 그 자체예요.”
“리치 표정에 울컥했다. 내가 왜 울고 있지…”
“오늘도 버텨볼 용기가 생겼어요.”
광고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뉴스에서는 ‘착한 소비’의 대표 사례로 ‘라면천원’을 소개했고, 기업 컨퍼런스에서는 “고객의 감정을 파고드는 브랜딩”으로 분석되었다.
정훈은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아니, 지금이 기회였다.
“서울에 10호점, 20호점 내자.”
“아니, 경기도부터 쭉 확장하죠. 수원, 성남, 평택까지요.”
회사의 전략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유동인구와 관련된 데이터를 보고했다.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킵시다.”
그는 회의실 중앙에 적혀 있던 슬로건을 가리켰다.
‘우리는 천 원짜리 라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데워주는 겁니다.’
확장은 속도를 더했다.
모든 신규 매장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입지를 정했고, 재료 단가는 본사에서 직접 조율하여 ‘절대 천 원 이상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
정훈은 매장 오픈 전날엔 무조건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오픈 당일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라면을 삶았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며, 손수 라면을 내밀고 말했다.
“오늘 하루, 이 라면이 따뜻한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리치는 언제나 그 곁에 있었다.
목에 작은 빨간마후라를 두르고, 전단지를 나누는 직원들 옆에서 조용히 걷고, 사람들이 다가오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아이들은 “리치다!”라며 환호했고, 어른들은 “이 강아지 때문에 마음이 녹는다”며 사진을 찍었다.
어느 날, 수원 매장에서 오픈 기념 이벤트를 하던 중, 한 아이가 리치에게 말을 걸었다.
“리치야… 나도 오늘 힘들었는데, 너 보니까 좀 괜찮아.”
그 말을 들은 정훈은 잠시 라면 국자를 내려놓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 우리 리치가 그런 친구야.
힘들 땐, 그냥 와서 보고만 있어도 괜찮아.”
그날, 리치와 함께 찍은 아이의 사진은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존재’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번 SNS를 뜨겁게 달궜다.
‘라면천원’은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문화였고, 위로였고, 새로운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정훈은 점점 확장되어가는 매장 지도를 보며 조용히 다짐했다.
“우린 지금, 천 원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어.”
그리고 리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꼬리가 살랑, 조용히 흔들렸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계속 가요, 아빠. 우리가 옳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