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주인을 모시게 되다.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우리 가족은 작은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 쭈꾸는 세 번째 출산을 마친 상태였다. 두 번째 출산은 농장에 있을 때였는데, 전염병의 여파였는지 새끼들이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세 번째 출산에서는 두 마리만 살아남았는데, 카오스 무늬 한 마리는 이웃집 새댁 언니가 데려가고 고등어 무늬 한 마리는 분양 갈 수 있게 동물병원에 맡겼다. 쭈꾸는 반이와 함께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이사 간 집으로 들였다.
쭈꾸는 실내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도 한 번씩 밖으로 나가 새로운 동네를 탐색하고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젖이 자꾸 불었다. 상태가 심각해져서, 동물병원에 맡겼던 고등어 무늬 아기 고양이를 빌려왔다.
쭈꾸 때문에 잠깐 데려왔지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기 고양이는 정말 귀여웠다. 엄마는 ‘이 좁은 집에 고양이 세 마리는 절대 키울 수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이 아기 고양이는 유독 아빠가 자고 있으면 배 위에 올라가 자곤 했고 어느 날 아빠가 이 아이를 키우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 집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집이 되었다.
새로 온 아기 고양이 이름은 ‘왕’으로 지어졌다. 처음 동물병원에서 데려올 때 의사 선생님이 수컷이라고 했었고, 수컷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엄마는 신이 나서 크게 되라며 ‘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중에 크고 보니 암컷이었다. 왕이는 쭈꾸와 반이가 애지중지 보살폈고, 온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로 사랑스럽게 자랐다.
그러다 어느날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고, 동생은 군대를 갔다.
그렇게 고양이 셋의 케어는 내 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