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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쩡이 Dec 26. 2024

나에게 열린
두번째 신세계

고양이???

어느날 보아하니 엄마가 집 앞에 있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앞 집 지하에 사는 어린 남매가 문 앞에 상자를 두고 나름 돌보고 있던 ‘쭈꾸’라는 고양이였는데, 엄마는 동네 고양이 무리에 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고 했다. 나도 몇 번 지켜보니, 다른 고양이들이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데도 옆에서 알짱이며 붙어 노는 것이 꽤나 맹랑해 보였다. 내 동생이랑도 친해져서 하굣길에 만나면 길 한 가운데서 애교를 부린다고 했다. 나는 강아지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길에서 만나면 쫓아버려야 하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엄마가 그 고양이가 발을 전다며 깁스를 해주고 우리집 신발장에 들였다. 그 아이는 처음엔 겁을 내더니 푹 자고 나가 놀고, 또 와서 푹 자고 나가 놀고 했다. 그렇게 다리는 나았고 정도 조금은 들었는데, 어느 날은 임신을 해 있었다. 엄마는 또 지나치지 못하고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 우리집 안방 화장실에 산실을 꾸몄다. 6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태어났고, 곧 우리집은 그 악동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치즈, 턱시도, 얼룩이, 고등어, 카오스까지 무늬도 성격도 가지각색인 아기들은 어마어마하게 귀여웠다. 

여섯 솜뭉치들
갓 태어나 눈도 못뜬 턱시도 아가

그러다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 집에 계속 두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근처 지인의 농장에 보냈고, 어느정도 농장 환경에 적응됐을 즘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곳에 건강한 아이들 몇을 보냈다. 

쭈꾸와 아가들 in 농장

그런데 거기서 수술하고 온 첫째의 상태가 안좋았다. 우리 집에 데려와 간병을 했는데,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농장에서 나머지 아이들도 병이 옮았는지 모두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농장에 찾아간 엄마는 비오는 날 조금 떨어진 비닐 하우스 구석에 숨어서 눈꼽이 떡져 눈을 뜨지도 못하는 다섯째를 찾아냈고, 거의 죽어가던 아이를 며칠 밤을 새며 돌봐서 결국 살려냈다. 


그 아이가 우리집에서 함께하게 된 두번째 애완동물이 되었다. 이름은 ‘반이’. 얼굴에 무늬가 반으로 나뉘어 있어서 동생이 붙여준 이름이다. 반이는 성격이 참 까탈스러운 공주님이었다. 그 까다로우신 성격에 어리광도 심한 반이는 우리 가족이 되어 또 많은 사랑을 주고 받았다. 나에게 고양이와의 교감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다른 신세계였다.

갓 태어나 눈도 못뜬 '반이'
우리집 두번째 동물 가족이 된 '반이'
새침데기 · 말괄량이 '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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