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어느날 보아하니 엄마가 집 앞에 있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앞 집 지하에 사는 어린 남매가 문 앞에 상자를 두고 나름 돌보고 있던 ‘쭈꾸’라는 고양이였는데, 엄마는 동네 고양이 무리에 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고 했다. 나도 몇 번 지켜보니, 다른 고양이들이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데도 옆에서 알짱이며 붙어 노는 것이 꽤나 맹랑해 보였다. 내 동생이랑도 친해져서 하굣길에 만나면 길 한 가운데서 애교를 부린다고 했다. 나는 강아지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길에서 만나면 쫓아버려야 하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엄마가 그 고양이가 발을 전다며 깁스를 해주고 우리집 신발장에 들였다. 그 아이는 처음엔 겁을 내더니 푹 자고 나가 놀고, 또 와서 푹 자고 나가 놀고 했다. 그렇게 다리는 나았고 정도 조금은 들었는데, 어느 날은 임신을 해 있었다. 엄마는 또 지나치지 못하고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 우리집 안방 화장실에 산실을 꾸몄다. 6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태어났고, 곧 우리집은 그 악동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치즈, 턱시도, 얼룩이, 고등어, 카오스까지 무늬도 성격도 가지각색인 아기들은 어마어마하게 귀여웠다.
그러다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 집에 계속 두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근처 지인의 농장에 보냈고, 어느정도 농장 환경에 적응됐을 즘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곳에 건강한 아이들 몇을 보냈다.
그런데 거기서 수술하고 온 첫째의 상태가 안좋았다. 우리 집에 데려와 간병을 했는데,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농장에서 나머지 아이들도 병이 옮았는지 모두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농장에 찾아간 엄마는 비오는 날 조금 떨어진 비닐 하우스 구석에 숨어서 눈꼽이 떡져 눈을 뜨지도 못하는 다섯째를 찾아냈고, 거의 죽어가던 아이를 며칠 밤을 새며 돌봐서 결국 살려냈다.
그 아이가 우리집에서 함께하게 된 두번째 애완동물이 되었다. 이름은 ‘반이’. 얼굴에 무늬가 반으로 나뉘어 있어서 동생이 붙여준 이름이다. 반이는 성격이 참 까탈스러운 공주님이었다. 그 까다로우신 성격에 어리광도 심한 반이는 우리 가족이 되어 또 많은 사랑을 주고 받았다. 나에게 고양이와의 교감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다른 신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