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썸이 아니라 파지티브썸으로
조카가 문병왔다가 연봉협상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사장님이 조만간 연봉협상을 하자고 했다한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 넘었다. 업무강도가 쎄다한다. 서울 물가도 비싸고, 얼마전에는 오피스텔로 이사도 했다. 서울 직장생활의 고달픔을 알만하다.
나는 대화의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저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장중인 제 모습에 만족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렴. 사장님은 이미 네가 일이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거야. 그런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장은 없단다. 다만 그런 상황을 직원이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지 그걸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란다.
반 컵 담긴 물잔을 두고, 반밖에 없네 하는지, 우와 반이나 있어 하는지 너의 대답을 듣고 싶은 거란다.
삶을 대함에 있어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신세를 한탄하며 불평해봐야 나아지는건 없단다. 내 삶을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건 오로지 내 몫이란다.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나는 나를 원망할 뿐, 다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아포리즘을 기억하렴. 오직 내 책임이라는 자세가 날 성장으로 이끈단다.
너는 연봉이 과거와 현재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장님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라고 생각할 수 있음을 유념하렴.
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렇게 할 것임을 어필해야 한다.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임을 진솔하게 얘기하렴.
사장님이 구체적으로 얼마를 받고싶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까요? 제가 받고 싶은 금액을 얘기할까요, 아니면, 일단 그보다 큰 폭의 금액을 지르고 양보하는 식으로 맞춰갈까요?
조카가 궁금해하는건 바로 이 포인트다. 협상의 기술.
트럼프 1기, 북미 지도자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All or Nothing.
되면 되고, 안되면 말고 식이다.
트럼프는 밑질게 없어 가능한 전술이나, 북한은 아니다. 입장이 다르다. 무조건 협상을 타결시켜 개혁개방으로 가야했다. 그래야만, 인민의 생활이 개선된다. 지도자는 때로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한다.
제로썸이 아니라
파지티브 썸의 협상자세가 필요하다.
합(Sum)이 Zero인 비즈니스는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벌면 남이 손해보는 방식인데, 항상 손해보는 바보가 있겠는가? 파이를 키워 나눠갖으려는 공생의 마이드가 필요하다. Positive Sum의 자세로 협상에 임하기를 권유한다.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협상의 기술을 조언한다.
일단, 정확히 상황을 파악해야한다.
내 몸값이 어느 수준인지 알아야한다. 동종업종의 친구는 얼마를 받는지, 업무강도가 쎄다면, 구체적으로 몇사람 몫의 일을 하는지, 마지막으로 회사규모를 고려해야한다. 그래야만 적절한 내 연봉 추산이 가능해진다.
상식선보다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제시하여 줄다리기 끝에 합의점을 찾는 방식을 협상의 기술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거래의 기술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상대와는 대화자리에 오래 있기 싫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상투적인 수법을 제법 진지한 양 들이대는 위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사장님이 네가 원하는 금맥을 물으면 있는 그대로 얘기하렴. 다만, 이 금액 맞춰주지 않으면 그만둘 수도 있다는 오해는 피하렴. 공손한 태도로 사장님께 예의를 차리되, 그 금액이 아깝지않게 일로 보상하겠다는 다짐을 밝히렴.
마지막으로, 세부적인 팁을 얘기하자면, 사람들은 큰 숫자보다는 작은 숫자에 거부감이 덜함을 기억하렴. 년봉보다는 월급으로 환산한 인상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조카는 조만간 연봉협상 후기를 전하러 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