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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인생에 늦은 때는 없단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우리는 민족중흥의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도덕수업 시간에 헌장을 외우고, 하교전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나서야 집으로 갈수 있었다. 제대로 뜻도 모르고 그냥 외워야했다.

대학 철학개론 수업에서 실존주의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를 접했다. 실존은 실제 존재하는 나 자신이고, 본질은 인생의 의미, 이상, 목표같은 것을 뜻한다.

실존주의는 2차대전후 폐허가 된 땅에서 절망과 허무에 시달리던 젊은이에게 삶의 위안이 된 철학이었다.

민족중흥의 사명을 띠고 태어나는게 아니고, 태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찾게된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 의미는 각자가 각자 나름대로 찾으면 되는 것이다. 민족중흥이 될수도 있고, 슈바이처일 수도 있고, 건물주일 수도 있다.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생면부지 낯선 인물에게 총을 쏜다. 그는 체포된 후 법정에서 강렬한 태양빛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강렬한 태양때문에 대낮에 살인을 저지르다니.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에는 맞지않는 일들이 생겨난다.

까뮈는 이를 '부조리'로 표현했다.
인생은 의미없는 일, 부조리로 가득차 있다.

그럼, 인생은 살 가치가 없는가?
삶은 무의미한가? 라는 질문에는 그렇지않다고 말하며 시지프스의 신화를 언급한다.

시지프스는 산정상에서 굴러떨어진 바윗덩이를 밀고 올라간다. 정상까지 힘들게 밀고가면 다시 굴러떨어진다.
그럼, 다시 밀고 올라간다. 무의미한 일의 반복이다. 신을 기만한 죄의 대가로 받은 가혹한 형벌이지만 시지프스는 묵묵히 수행한다.

언젠가 대학친구가 술자리에서 충격발언을 했다. 삶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죽어도 살아도 별 차이가 없겠다고 했다. "네가 삶에 지쳤구나. 살다보면 살아지더라"며 달랬지만, 나도 그 이후 삶의 의미를 생각했다.

인무원려 필유근우.
나는 원려, 멀고 큰 꿈을 해법으로 찾았다.

그리고, 딸들에게도 원려가 있어야, 근우, 자잘한 근심이 없어진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조금 걱정스러운 지점이 있다.
원려에 대한 조급함이다. 원려를 빨리 만들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딸들아, 조급해하지 말아라.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의미가 있단다. 어제보다 1cm라도 성장한 내 모습에 만족하면 그만이다. 소확행. 작은 행복꺼리를 찾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자연스레 꿈이 생겨날 것이다. 그때 그 꿈을 쫒아도 늦지 않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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