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불이치 사회에 울린 경종
파면된 전 대통령은 정적만 제거하려 한 게 아니고, 제 식구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대선 단일화 멤버를 토사구팽했고, 젊은 당대표도 배려하지 않았다. 대선 유세때는 함께 폭탄주도 마시고, 합의서도 썼지만, 대권을 차지하자 안면을 바꾸었다.
그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유형의 권력자였다.
춘추전국 오월동주 시대, 전략가로 오나라에 오자서가 있었다면 월나라엔 범려가 있었다.
임무를 다하고 월나라를 떠나며, 책사 범려는 재상인 친구 문종에게 말한다.
"토사구팽이라 했다. 나는 새가 잡히면, 좋은 활은 거두어지고, 교활한 토끼가 잡히면, 사냥개는 삶아진다. 월왕 구천은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월나라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자."
오왕 부차의 스카웃 제의를 마다하고 와신상담 월왕 구천과 함께 굴욕의 세월을 견뎌내고 의리를 지킨 범려였다.
결국, 떠날 때를 간파한 현인 범려는 살고, 재상의 부귀영화에 안주한 문종은 죽는다.
조강지처를 버리지 말라고 한다.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하다가 뒤늦게 찾아든 행운을 혼자 누리려 하지 말라는 경고다.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즐거움, 혼자 일군 것이 아니다.
주변에 돈은 벌었으되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제법 큰 회사를 운영했지만 예전 부하직원들과 담쌓고 연락을 끊은 경우도 더러 본다.
복덕불일치의 사람 사회,
부덕에도 복을 독차지하고, 덕이 높아도 복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회 구조의 개혁으로 바꿔가야 하는 일이지만,
혹시, 내가 덕을 쌓지 못해 내 복을 내가 차버린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파면을 선고한 문형배 헌재 소장대행은 진주 한약방 기부천사 '어른 김장하' 장학생이었다고 한다.
어른은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을 도왔으나 주목받지 않으려 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했다. 도움받는 사람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했고, 혹여나 직접 보답하려하면
나아닌 사회에 갚으라고 했다.
어른이 보인 선한 영향력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