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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황무지에서 부활의 땅으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대하며

by 생각의 힘 복실이

4월의 첫 날, 거짓말처럼 헌법재판소 뉴스가 카톡을 통해 날아왔다.

이 방, 저 방에서 탄핵 선고 일정이 공지되었다는 소식으로 떠들석하다.

100여일이 넘는 기다림.
어느 의원의 지적처럼 '파면할 것인가, 파멸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무법지대의 황무지에서 소생과 부활의 신호탄이 가능할 것인가?

판결을 생중계하고 일반인이 방청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걸 보면 상식에 부합한 판결이 가능하리라 조심스레 예상한다.

영문학도에게 가장 어려운 시라는 '황무지'에서 T.S 엘리어트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동서양 고전과 신화로 가득차 이해를 떠나 읽는 자체도 힘들다는 총 434줄의 장시 '황무지'의 도입부만 옮겨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이하 생략)

'황무지'가 발표된 1922년은 세계 1차 대전과 러시아혁명이 끝난 후로 전쟁의 참상과 인간성의 상실로 인해 우울과 무력감이 지배하던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기였다.

황무지 폐허뿐이라 살 맛나지 않는 세상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온다.

황폐하나 흰 눈에 파묻혀 오히려 따뜻했던 겨울이 지나고 그간 숨죽이던 땅속의 만물이 깨어나는 3월을 지나,

4월이 왔다. 이제 꽃들은 몽우리를 터트리고 잎을 펼치며 존재를 선보이고,
인간에게도 세상 살만하다고, 다시 살아보라고 재촉한다.

시인에게 4월은 잔인하다.
살고 싶지 않은데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닌데,
무심한 자연은 순환한다.
소생하고 부활한다.

시인도 결국, 자연의 길을 받아들인다.
다만 소생과 부활의 세상을 위한 지침으로 우파니샤드의 '주라, 공감하라, 자제하라'를 제시하며 끝맺는다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고,
차별과 혐오에 떠는 약자에 공감하고,
권력자는 힘을 함부로 쓰지말라고 가르친다.

부디 4월,
잔인한 달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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