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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간 검토

일단은 글쓰기에 대한 고민부터

by 생각의 힘 복실이

어제오후 자기계발서 출간경험이 있는 마눌 친구와 차한잔 했다. 둘은 평소 1년에 서너차레 만나는 사이인데, 이번에는 내가 출간에 관심있다해서 나는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였다. 평소 마눌에게 들은 바대로 차분하고 논리정연했다.

그녀가 말했다.
출판관계자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바쁩니다. 출간의도와 타게팅, 목차를 포함한 간단한 제안서를 작성하여 보내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책 분량은 A4기준 최소 250페이지가 되어야합니다. 함께 머리를 맣대고 책의 방향을 논의하고, 내용을 수정하고 하는 다정한 그림은 없습니다.

현재 절반 분량에 목차구성 및 내용 보완 등의 관계자 도움을 원하다고 하자, 그럼 현재 상태에서 출간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날그날의 생각을 적은 글이라 중복이 많아 뺄건 빼고 합칠건 합쳐 제대로된 목차 구성이 필요한데 시야가 협소해 내가 직접 그일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계엄, 탄핵국면의 글도 있어 내년 후반으로 넘어가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도 전했다.

그러자, 그녀는 유투브, 블로그, 브런치스토리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지금이라도 한편 한편씩 올리는 것을 추천했다. 글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동기부여가 될수 있고, 새로운 글감의 소재를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늦은 오후, 동유럽 여행기를 출간한 대학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2-3년전 50대 초반의 나홀로 동유럽 여행기를 브런치스토리에 올려 호평을 받았고 이후 책을 출간했다. 지금도 어학교재 전문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상업출판이냐 자비출판이냐를 정해야한다. 상업출판을 염두한다면. 셀링 포인트가 확실해야 한단다.
상문아, 네가 쓰는 책의 셀링포인트가 뭐야?
으응...뭘까? 뇌종양환자가 쓴~
말고는 내세울게 없었다.

자기계발서는 넘쳐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은 병상일지 에세이는 코로나가 끝난 지금은 트렌드가 아니라고 한다. 출판계의 불황은 갈수록 심화되고, 지금은 전문작가외 인플러언서의 등장으로 작가가 넘쳐난다고 한다. 출판사가 컨텐츠와 작가를 골라 출판하는 환경이라며 자비출판이 현실적이란다. 출판관계자의 도움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만간 차한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없다.


마케팅의 요체는 STP&4P MIx가 아닌가? 시장을 세분화(Segment)해서 타겟 고객을 설정(Targeting)하고 고객의 마음 속에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Positioning)시키는게 마케팅의 요체이고, 그를 위해 제품(Product), 유통(Place), 가격(Price), 홍보판촉(Promotion)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원점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중도포기라는 단어는 치병사전에 없다.

우선, 글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분량도 채워야한다. 글감을 더 찾아야한다.

환자의 손으로 눌러쓴 치병 수상록은 방향성이 부족하다.
생각의 힘, 우리사회 이슈에 대한 실학적 접근으로 새로운 방향을 잡는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내가 얕은 고민으로 거대담론의 해법을 찾을수 있을까? 아니다. 해법을 제시하는게 목표가 아니다. 고민할수 있도록 생각꺼리를 제시하는 것. 여기까지로 내 역할을 제한하자 마음이 편해진다.

요즘 이슈인 최고 상속세율 인하와 예산(세출) 문제, 부자증세 서민감세 등 조세의 형평성 문제가 우선 떠오른다. 부와 빈곤의 대물림과 관계되는 문제다.

지방분권과 지방소멸, 인구문제도 미룰수 없는 과제다. 지거국 대학의 경쟁력 약화, 기여입학제, 대학입시, 승자독식의 다자공존으로의 전환 등도 숙제로 남겨둔다.

북한과의 관계설정, 통일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한민족,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이상적으로 다가설 수 없고, 대북전단 살포해서 북한인민을 계몽해서 내부붕괴를 유도하자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오물풍선 터트리고 원점타격 하자는 흡수통일 발상은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실용주의에 기반해서 접근해보자.

생각의 힘을 믿고 험난한 숙제에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도전해보련다. 깊은 샘에서 마중물 한바가지 끌어올리듯 하면된다. 내 역할은 마중물이다. 수도펌프에서 콸콸 물흐르게 한는건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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