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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된 도리와 부모의 역할

엄마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고, 딸에게는 심리적 안전판이 되고싶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낮에 외국계 회사 사장으로 10여년째 재직중인 친구가 다녀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들러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는 친구다.

나이가 같고 살아온 경력과 가족 구성이 비슷해 공감대가 넓다.
허심탄회하게 가림없이 속얘기를 털어놓는다. 서로간 보탬없이 회사 상황과 가족얘기를 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5월초 아버지를 납골묘에 모신 후 조부모 유골을 수습하러 시골 선산에 서너번 다녀왔다고 했다.
본인이 태어나기 전에 땅에 묻힌 조부모의 무덤을 파묘해 따로 화장한 후 유골은 합골하여 아버지 윗칸 납골묘에 모셨다고 한다.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던 시간부터 두달여 정신없이 보냈는데, 이제 대학 졸업반 큰 딸의 취업이 신경쓰인다 한다. 외고를 졸업하고 명문 사립대 영문학과와 정치외교학과를 복수 전공한 재원인데도 상반기 세 군데 원서를 접수해 한 회사만 서류 면접에 통과했다고 한다. 대학입시만큼 힘든 취업의 좁은 문에 낙담하는 딸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않다고 한다.


친구를 보내고 부모의 역할과 자식의 도리에 대해 생각한다.

카톡을 확인하니 광주사는 누나가 또 시골집에 와있다. 누나는 한 달에 두어번 엄마를 찾는다.

오늘은 침대가 배달된 모양이다.
침대 세팅과 청소를 위해 휴가를 내고 운전해 왔다한다.

얼마 전 엄마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실 때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걸 힘들어 하신다며 침대를 사야겠다고 하더니 그간 시골에 들러 엄마랑 함께 매장에서 침대를 골랐다 한다.

누나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엄마가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있다.
만족스러운 눈치다.
전화를 걸어 어떠시냐고 물으니 너무 편하다고 하신다.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 여느 때와 같이 씩씩한 목소리로 '사랑해요, 엄마'를 외치며 전화를 끊는다.

엄마의 꿀잠과 낙상 예방을 위해 세심한 배려로 엄마를 모시는 누나에게 감사하다.


큰 딸의 런던생활도 3개월째, 예상보다 잘 타국살이에 적응하고 있다.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인 급우들과 어울려 친구가 되어 마음깊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 선진 문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라도 눈과 마음에 담으려는 태도도 기특하다.

집나가면 고생이라지만,
부모 곁을 떠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길을 배워가는 것 같다.

런던은 교통비가 비싸다며 삼십분을 걸어 등하교를 하는데 날씨가 좋은 날엔 기분이 좋다며 영상통화를 걸어오곤 한다.

딸은 재잘재잘 그치지않고 일상을 털어 놓는다. 10분만에 끊기도 하고, 30여분을 지속하기도 한다.

통화를 마무리할 때는 항상 사랑하는 딸의 이름을 힘차게 불러준다.

엄마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고, 딸에게는 심리적 안전판이 되고 싶다.

잘 먹고 더 걷고 건강해져야 한다. 오래오래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부모의 역할을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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