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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두 인심

연잎밥과 낚시 연못

by 생각의 힘 복실이

주말 오전, 아침 점심 두 끼를 연잎밥 한 덩이를 쪼개 먹었다.

온갖 식재료를 망라한 영양만점 밥이라 두 끼로 나눠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어제 축령산 아래 한적한 곳에서 가평잣 전통된장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사장님 댁에서 직접 만든 수제 영양밥이다.


열흘전 사장님은 연잎밥 레시피를 자필로 쓴 메모를 사진찍어 보내셨다.


이제는 잘 먹고 살을 찌워 몸무게를 늘리고 근력을 키울 시기라고 했다.


재료를 준비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되는데, 연잎을 구하기 어렵고 대형찜기가 없을 테니 피곤하고 번거롭더라도 여기 와서 같이 만들자고 했다. 마눌에게 물으니 무조건 가자고 한다.


어제 아침 전복, 낙지, 새우 등 해산물을 준비해 가평에 다녀왔다.


연잎밥 만드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준비하는 재료도 다양하고 절차도 복잡하고 손도 많이 간다.


사장님은 전날 현미, 찹쌀, 귀리, 압맥. 서리태콩을 사서 물에 담가 불려놓았다고 했다.


마트에서 해바라기씨.호박씨, 건포도를 포함한 견과류도 준비했다.


사장님은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수십인분 밥을 밥솥으로 쪘다고 했다.

충분히 식힌 밥에 씹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해산물과 견과류를 넣고 참기름 한 병을 통째 붓고 섞는다.


근처 지인의 연잎밭으로 가서 연잎을 따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그 연잎에 밥 한 덩이를 올리고 감싸 이쑤시게로 고정한 후 명주실로 감싼다.


여기까지가 사람 손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제 쇠로 된 쟁반에 차곡차곡 쌓아 대형찜기에 올려놓고 1시간여 찌면 된다.


찜솥에는 물을 조금 붓고 솔잎과 말린 꽃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을 넣고 소금을 친다.


각종 영양가득 식재료로 범벅인 밥은 찌는 도중에 연잎의 항암 성분과 솔잎과 꽃송이버섯의 항산화 물질이 자연스레 배어들고 은은한 연잎과 솔잎향, 소금간이 스며든다고 한다.


나야 일꾼이 아니고 구경꾼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오후 늦게 연잎밥을 시식해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장님과 마눌이 종일 공들인 효과가 있었다.


축령산 산바람에 식힌 연잎밥 삼십여 덩이를 싸들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먹으면 된다. 일년 농사 가을걷이를 마친 농부의 기분이다. 한달여 밥 걱정을 덜었다. 사장님께 감사하다.


시골살이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얘기하던 중에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가평은 서울의 양로원이라 불릴 정도로 서울시민의 귀촌 1순위 지역이다.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이사해 사는 분들도 많고, 세컨 하우스로 주말만 지내는 경우도 가끔 본다고 한다.


젊은 사람은 서울로 빠져 나가고,

중년, 노년 인구만 유입되니 20년전 한 학년에 세 반이던 초등학교의 학생이 지금은 전교생 열명 남짓이라 한다.


토착민과 외지인의 갈등도 더러 있는데, 시골 토박이 텃세도 있지만 외지인의 황당한 비상식적인 고집도 목격된다고 한다.


지인의 연잎논은 작년에는 연꽃밭이라 불릴 정도로 무성했는데 올해는 시들어 죽거나 산 것도 크기가 작다고 한숨을 쉰다.


단기 임대를 사는 외지인이 연잎논 위에 연못을 만들고선 논으로 흐르던 물길을 막아 연못으로 돌린 탓에 마른 논이 되버린 때문이란다.


십수년전 국어책에서 배운 '아전인수'를 어제 실제 목격한 것이다. '제 논에 물대는' 현장을 보고 후일담을 들으니 연못을 조성한 사람은 자기는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고 그저 연못에 잉어나 풀어 손맛이나 느낄 요량이었다고 보상에는 발뺌한다고 한다.


뒤늦게 물꼬는 텄다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진흙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몰랐단 말인가, 내 논으로 물길을 끌어대면, 남의 논은 마를 것임을 생각하지 못했단 말인가.


사람사는 이치가 그게 아닌데,

모르면 배우고 배웠으면 배운 값을 해야 하는데 제 잇속만 차리는 인심이 야박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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