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차-LG엔솔 노동자 구금사태를 보며
며칠전 미 이민단속국을 포함한 공권력의 기습조치에 체포, 구금되었던 우리 국적의 노동자들이 조만간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다행한 일이다.
그 노동자들은 단순 노무자는 아니고, 배터리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현장 기술자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 체류에 필요한 E1, E2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관광비자나 다른 형태의 서류로 출국한 걸 보면 협력업체의 직원들로 보인다.
애리조나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는 5년 E2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했다.
친구가 조지아 공장에 근무중인 동료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관광비자로 입국해서 일하는 히스패닉계 노동자 혹은 불법체류자가 타겟이었으나 출구를 봉쇄하고 여권 비자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단속하는 과정에서 체포인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한, 그 지역은 노조의 힘이 막강한데, 아마도 현지의 백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자국의 인력을 데려와 일을 시키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세계적인 자국 이기주의 흐름 앞에 'We are the World'의 희망은 갈수록 공허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를 외치고,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중국몽'과 '강한 러시아' 깃발아래 국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유럽도 민족주의를 앞세운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일본마저 수개월전 참의원 선거에서 'Japanese First'를 구호로 내건 참정당이 약진했다.
신생 참정당의 구호는 선명하고 도발적이었다. '일본 우선'이 아니고 '일본인 우선'이다.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 이민자 배척이라는 이념까지 담고 있다. 그런데도 그 구호가 기존 정당의 아성을 위협할 만큼 호소력이 있었다.
나는 그 선거 결과에서 암울한 일본의 미래를 느꼈다. 일고의 가치가 없어야 할 절규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걸 보고, 사회 전반의 합리성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전 후배가 사업상 조언을 구해 온 적이 있었다.
평택 건설현장에서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 중인데, 얼마전 출입국사무소 현장조사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수 명이 끌려가 대부분 훈방되었으나, 두 명이 다음 날 본국으로 추방되었다고 했다. 한 명당 벌금만 1,500만원이고 갑자기 짐을 싸아하는 직원들 위로금까지 더해 상당한 돈이 들었다며 앞으로 이 사업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단체급식은 노동현장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데 새벽 2시에 주방으로 출근해야만 아침 식사 준비가 가능하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회수된 식판을 세척하고 주방을 청소한 다음 퇴근하면 일곱 시가 넘는데 그 시간을 꽉 채워 박봉으로 일하는 사람은 외국인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하더라도 해당 비자를 갖추고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한 인력을 채용하라고 하는데, 그런 인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당시, 나는 코스트코 상담실에서 마주했던 액자속 문구를 언급했다.
바이어 상담을 위해 광명 본사 상담실에 가서 자리에 앉으면
중앙 벽면에 그 액자가 있었다.
아마, 우리의 다짐 이었을 것이다.
서너개의 항목이 있었는데, 첫번째 항목이 우리는 한국법을 준수합니다,라는 뜻의 'We obeyed Korean Law' 였다.
나는 법적 리스크를 해소함과 동시에 사업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급단가 인상 협의 등을 조언 했었다.
두어달 지나 후배는 모든게 잘 풀렸다고 찾아와 술 한 잔 샀는데, 아무래도 미국발 우리 노동자 구금사태의 해법을 찾는 일은 싑지않아 보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미국법을 준수하는게 맞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미국법을 따라 이삼개월 기다려 비자를 발급받아 나간들 해결될 거 같지가 않다. 구금된 수만큼의 현장 인력에 대한 노동가능 비자가 나올 리도 없거니와 그렇다면 미국내에서 채용해서 기술교육을 시켜야하는데 이 과정에 근분적인 회의가 든다.
인당 국민소득 6만불의 미국 땅에서 제조업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3만불이 넘으면 햇빛을 마주하는 일자리 인력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조선소 용접공 구하기 어렵다고 한지 오래다.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가별 산업의 비교우위가 정해지고 그에 맞춰 공급망이 재편되어 상호 발전해왔는데,
돈되는 고부가 상품은 모두 내 땅에서 생산하겠다는 미국의 인쇼어링 정책은 채울 수 없는 욕심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중국도 인건비가 맞지 않는다며 베트남 등지의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옮긴 때가 십여년도 지났는데, 달러를 풀어야 할 기축통화국이 달러 이외의 수출품을 제조 영역에서 찾는 현실이 억지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