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를 바라보며
오후 낮잠을 자다 깨어 '미 이민단속국, 조지아 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현장 압수수색' 헤드라인 뉴스를 접하고 고교친구 카톡방에 뉴스를 링크했다.
"윤석이 있는 곳 아니냐?" 물어도 속시원한 답이 없다."
몇달 전 시작된 오십견 치료차 한시간여 물리치료를 받고 나왔는데도 묵묵부답이라 친구 부인에게 전화를 건다. 남편은 애리조나 공장에 있고, 낮에도 영상통화를 했다 한다. 가을에 귀국하면 함께 만나기로하고 전화를 끊으며 친구가 했던 말을 생각한다.
배터리 공장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는 친구는 근 칠팔년째 해외근무중이다. 첫 부임지였던 폴란드때는 신나 했다.
두어달에 한 번 해외파견 동료들과 렌터카를 몰고 유럽을 여행한다며 좋아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중국에서 만 삼년을 꼬박 채우고 귀국했을 때는 무척 힘들어했다.
올스톱 중국 봉쇄에 불만이 가득했다. 집 밖으로 나오지말라는 장기간 통제에도 인민들이 큰 불만없이 수긍하는 체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해외근무를 마다하고 국내에서 아내와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자 했지만, 회사는 해외 공장건설 경험이 넉넉한 기술자를 국내에 묵혀두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이년전 미국으로 떠났고, 내년초 공장준공을 앞두고 올 가을에 귀국한다고 했다.
이민자에게 문호를 활짝 열고 두 팔 벌려 환영하던 기회의 땅이 빗장을 걸고 있다. 자유와 해방의 상징 미국이 억압과 통제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주방위군까지 투입해 이민자와 홈리스를 단속하고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FAANG을 필두로 한 초격차 IT 대기업이 미국을 받치고 있는데, 통제의 땅이었던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얼마전 시총 4조달러 세계 1위기업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발표를 했다. 전년동기 매출신장율이 50%를 넘고 영업이익율이 무려 60%인데도 주식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간 너무 많이 올라 그런가 싶은데, 실은 중국의 추격기업들 때문이라 한다.
상반기 AI기업 딥시크가 세상을 놀래키더니, 하반기에는 GPU 분야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부러워하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중국은 사회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국가주도형 자본주의 체제다.
이공계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창업 10년이 채 지나지않아 조 단위의 사유재산 형성을 가능케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 개나 있을까 싶다.
중국판 엔비디아라는 캠브리콘의 기업가치가 3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9년전 중국 과기대를 졸업한 형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속에서도 이제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고급 인재들에게 부의 추월차선을 깔아주고 있다.
우리도 중국의 동기부여 인재육성 시스템과 IT 스타트업 생태계를 벤치마킹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빨리 아우토반을 깔고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