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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이익에서 안전과 품질우선으로

패러다임의 전환만이 살 길이다

by 생각의 힘 복실이

한적한 고향의 시골마을이 소란스럽다. 동창회 카톡방도 북적이고, 새로 만들어진 향우회 단톡방도 매일 새소식으로 들썩인다.

오늘도 새 현수막을 게첨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삼향 주민의 건강권 환경권 침해하지 마라.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한다.'

'말로만 클린 무안?
의료폐기물 소각장 결사반대.'

이장단과 동창회, 주민회 등의 이름으로 동네 어귀와 도로 주변에 현수막만 열개 넘게 걸리고, 순번에 따른 이장단과 주민회의 피켓 시위 사진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건강권을 수호하고, 앞장서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의 간식 값이라도 보태자는 취지로 후원계좌가 만들어지고, 십시일반 모인 돈도 벌써 천만원이 넘었다는 공지도 떴다.

서울사는 나도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 한다는 생각에 얼마간 보탰다.

두달쯤전 엄마 사시는 옆마을에 의료폐기물 처리장이 군청 허가를 얻어 공사를 시작하려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보낸 모바일 지지서명 호소문 이었다.

의료폐기물소각장 설치반대 호소문

안녕하십니까? 초등학교 총동문회 선배님,후배님께 호소합니다.
지금 우리 고장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소각장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당 소각장은 단순히 쓰레기를 태우는 시설이 아닙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과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가꾸어 온 소중한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침묵하고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막아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형에게 들으니 현재 건축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그 옆 공간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지으려 한다고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두 사업장이 붙어 있으면 비용절감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고, 군청에서도 사업자가 소정의 요건을 채워 사업신청하면 무조건 반려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골주민들의 결사반대 투쟁은 '내 동네만은 안된다'는 님비즘(Not In My BackYard)인가 싶어 심란했다.

시골의 할매할배가 악취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고, 신토불이 농산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오물 침습을 차단해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다.

이번 주에는 주민 총궐기 반대집회도 열린다는데, 혹시 엄마가 선봉에 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전화를 했다. 팔십 중반으로 가는 귀가 먹은 엄마는 보청기를 끼었는데도 소통이 싑지않다. 아들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하루일 다했다는 듯싶게 전화를 끊으려 하신다.

"엄마도 데모하러 가요?" 두세번을 물어도 답은 없고 "너줄라고 기름짜러 왔다"는 말을 반복한다.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싶어 안심하며, 기사를 검색하다 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에서 해법을 찾는다.

기자는 중국산과 국산의 시멘트 성분과 효과 비교를 위해 공장을 방문하고 직접 실험을 했는데, 리포트는 뜻밖의 결과를 보인다.

가짜와 모조, 위조와 짝퉁이 판치던 중국이 언제 이렇게 변했나 싶을 정도의 충격을 준다.

색깔과 냄새를 결정짓는 시멘트 원재료인 석회석의 함량과 부재료인 산업폐기물의 배합 정도, 응결지연제의 종류 등에서 큰 차이가 났고, 결과적으로 악취와 인체 유해성 테스트에서 중국산은 합격점이지만, 국산은 크게 뒤진다고 한다.

우리 공장은 주변이 온통 쓰레기 천지고,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걸 당연시하는 데 반해, 중국 공장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오염도를 측정하는 LED 조명이 밝게 빛나고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설탕 공장에는 설탕가루가 날리고 시멘트 공장은 뿌연시멘트 가루가 주변을 뒤엎는게 당연하다는 기자의 생각은 중국 공장장 말 한 마디에 무너졌다.

"중앙정부에서 일년에 세 번 정도 조사를 나오는데, 그 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장은 폐쇄조치 됩니다."

그들은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고,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또한 최종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제품 생산을 위해 품질관리와 공장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빨리빨리 속도전'에서 '무조건 안전'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이익보다는 품질을 먼저 챙겨 다시 Made In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사업장의 일자리가 생기고
주변 마을이 활기 넘치고,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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