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다른 중소기업의 운영방식에서 배운다
어제 저녁,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첫직장 후배 둘과 식사를 함께 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5년 입사해 6년을 근무한 회사다.
졸업장과 젊은 패기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던 나는 그 회사에서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본기를 배웠고, 불안하고 야생마같던 내 성정을 다스릴 선후배를 얻었다.
내가 입사하던 당시만 해도 영업 사원만 100명이 넘고, 공장 세 곳과 연구소를 합해 3,000에 가까운 인력이 근무하던 중견기업 이었지만, 지금은 영업은 두 명 뿐이고 사장을 포함 전체 임직원이 열 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IMF 이후 첫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후에도 여러번 구조조정과 법정관리를 반복하며 현재의 모양새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계산속 있고 눈치빠른 선배들은 다른 살 길을 찾아 이직과 자영업의 길로 나아갔지만, 순진을 넘어 순박한 후배 둘은 아직까지 회사를 지키고 있다.
마지막까지 회사에 남아 진즉 퇴사한 선후배 사이를 연결하며 모임을 만들고, 아련한 추억만 남은 선배에게 여러 선후배의 근황과 회사 소식을 전해 준다.
일할 만 하냐고 물으니, 스트레스도 많지않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예상밖의 답이다.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박봉이라도 지금처럼 월급만 받을 수 있다면 정년을 채우고싶다고 한다.
공장은 팔고, 연구인력은 떠나고 최소한의 영업맨만 남아 브랜드 세일로 유지하는 회사인데, 후배들은 의외로 여유가 있고 힘이 넘친다.
중견기업에서 소기업으로 추락한 회사의 산증인으로, 마지막까지 부서장으로 남아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를 보며 생각한다.
시스템과 체계로 움직이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대기업은 현실과 이상을 고려한 목표설정과 공정한 성과평가, 직무분석에 기반한 적재적소의 인사관리 등 체계적인 상벌관리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의 엄격한 상벌주의는 직원간에 소모적인 경쟁을 유발해 오히려 근무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성과는 리더의 솔선수범과 그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조가 어떻게 시너지로 발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와 가정도 성격과 규모가 다를지언정 기업의 운영원리와 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에는 대기업의 상벌지향 성과주의를 적용하고, 가정에는 중소기업의 생존비결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잘한 아이에게 상을 내려 더 힘내도록 격려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못했다고 벌부터 주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수와 실패를 이해하고, 질책보다는 격려를 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훈육방식이 자녀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팀워크가 진정한 승리자임을 배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것이 부모의 자세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