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유감 표명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나왔다.
사고능력의 단계를 파악할 수 있는 진행형인 주제가 베트남 사과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을 인지하는 사고 능력부터, 전략적 사고까지 5가지 단계로 이루어지는 사고 능력을 구분할 수 있는 주제라 간단하게 한 번 정리를 해 봤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서 나타나는 요체도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월남전에서는 한국군인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많이 발생했다.
아직 생존하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있고, 수많은 기록들도 남아있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위 사진은 베트남 빈호아 마을 입구의 '한국군 증오비'다.
증오비 속에는 학살의 내용들도 자세히 적혀 있다.
"하늘에 가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 한국군들은 이 작은 땅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저질렀다. 수천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가옥과 무덤과 마을들을 깨끗이 불태웠다" (증오비 우측 비문)
아니, 인정하더라도 전쟁 중의 일이라며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는 일본 아베의 모습과 동일하다.
아베의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우리가 고집한다면 우리 역시 일본에 위안부 사과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
이유 불문하고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사과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이것이 옳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하라고 한다.
독일의 브란트를 거론하며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옳기만 하다고, 과연 옳은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우리 시점에서만 생각한 쉽고 단순한 이 사과는 옳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가?
제대로 진정 어린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상황, 정치적 상황, 정부 입장, 피해자 입장, 베트남의 현재 정서 등을 모두 섬세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고민은 그 이후부터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사과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은 승전국이다. 그 자긍심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재 베트남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민간인 진상 규명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 민간인 학살은 동족상잔 속에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의 '멋대로 사과'가 베트남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발화시킨다면 그것은 과연 좋은 사과일까?
베트남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정치와 정부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베트남 사람의 국민 수준도 우리와는 아직 격차가 크다.
우리만 편해지자고 멋대로 사과를 하는 결과가, 베트남 정부와 피해자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오히려 이 문제를 덮는다면 그건 결코 좋은 사과가 아니다.
다른 기사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1992년 한국과 수교할 당시부터 승전국 입장에서 굳이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며,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사과 의사를 타진하자 난색을 표했다. 아울러 미국, 뉴질랜드, 태국 등 참전국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사과하기도 곤혹스럽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선 당시 내전의 기억이 자국민들의 생채기를 건드려 그 화살이 국가를 향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그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피해 당사자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재차 밝혔고, 결국 양측은 정상회담에서 유감 표명을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베트남과의 협의가 끝났더라도 바로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있다.
이들도 당시 국가의 결정에 전쟁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의 마음도 어루만져야 한다.
실제로 베트남 피해자 가족들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하는 우리가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그 만행을 저지른 당사자인들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그 사람들을 만나면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고 싶다.
- 뉴스공장 더민주 김현권 의원 -
참전자들 역시 모두가 희생자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들을 저버리고 사과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고,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며 사과 준비를 해야 한다.
나 역시도 참전자의 아들이다.
사과는 나의 마음속 죄의식을 털어내기 위함도 아니고 떳떳해지기 위함이 아니다.
상대에게 위로가 되고, 그 결과가 모두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진짜 사과,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면...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이나 무릎을 꿇는 형태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고민해서 사과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간 차원에서는 베트남 희생자들과 연대하고 위로하며,
한국 사회에서는 공론화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준비하고,
또 다른 희생자인 월남 참전자들은 감싸 안고 함께 위로하면서,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됐을 때, 양측 정부가 협의하여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정부 차원에서는 유감의 뜻이 최선이다.
베트남 정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마음을 열 수 있는 코멘트였다.
2번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이 많이 성숙됐다는 뜻이다.
이런 의견이 어느 정도의 여론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2단계에 안주하고 그것을 통해 남을 비난한다면 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빠지고,
그것은 새로운 갈등을 초래하고 사안 사안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PC주의에 대한 사회의 피로감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논란들이 이것과 연결돼 있다.
레벨 2에 멈춰 서서 고민을 멈춘다.
거기서 멈추면 모든 것이 갈등의 꺼리가 되고, 이간질의 소재가 된다.
최소 레벨 3까지는 가보자.
레벨2가 만드는 그 수많은 갈등이 이 사회를 흔들어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한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PC주의에 매몰되지 않았는가?
현재 한국의 외교는 이런 수준이다.
엊그제 미국의 한 언론(US news)이 한국의 문재인을 바라보며 내보낸 기사다.
현재 전 세계 최고의 외교 전문가는 사과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품격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빗장을 푼다.
쑤기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들의 문을 열어젖힌다.
일방적인 사과가 아니라, 진짜 사과를 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