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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윙맨 Apr 16. 2018

세월호 4주기 특집, 416 소설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탔을 뿐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4년이다.

이상한 사건이었다.


너무도 명확하게 모두가 분노해야 하는 일인데,

부모님들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화자가 한 번 돼서 들어가 봤다.

배라서 딱히 다를 것도 없지만, 그것이 혼란을 주는 것일지도 몰라서 택시를 타봤다.







[아이의 눈]


오늘은 지니와 첫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샤워도 아침에 두 번이나 하고, 머리도 블루클럽에서만 깎던 내가 미용실에 가서 투블럭으로 깎고, 향수도 여기저기 뿌려봤다.


부모님이 생일선물로 사 준 브랜드 옷들을 입었더니 뭔가 나도 좀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집을 나서자마자 운 좋게도 택시가 서 있어서 바로 택시를 탔다.


"코엑스로 가 주세요"


미리 방문해서 데이트 일정을 고민해놨지만, 그녀의 취향을 모르기에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있었다. 

합정역을 지나서 양화대교를 건너는 순간이었다.


'뭐지?'


끼긱 소리가 나더니 순간 아래위가 바뀌고 택시의 벽면에 사정없이 구타당했다.


잠시 후 겨우 정신을 차렸다.

발목 쪽이 아픈데 너무 아픈데 목도 놀랐는지 소리가 잘 안 나온다. 


택시는 거꾸로 뒤집어졌고, 내 발은 누군가 잡고 있는 듯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탔던 우측 뒷좌석 쪽이 심하게 찌그러졌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괜찮아 보였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학생 가만히 있어, 내가 경찰하고 119에 신고했어. 별일 아니야"


기사 아저씨의 별일 아니라는 말에 안심을 했다.


안심이 되자 이내 걱정은 첫 데이트로 옮겨갔다.

첫 데이트인데 늦으면 지니가 많이 실망할 것 같았다.

<지니야, 나 택시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못 갈 것 같아. 첫 데이트인데 미안해>


엄마한테도 문자를 하나 보냈다.

<엄마 나 교통사고 났어, 택시 안에 갇혔는데 다리 조금 다친 것 같아>


10분도 안 돼서 택시 기사님의 말씀처럼 경찰과 119 구조대가 창밖으로 뒤집혀서 보인다.

시민들이 도와주려고 다가오자, 경찰 아저씨들이 막아선다.


'전문가가 해야 합니다. 뒤로 빠지세요. 경찰이 구할게요'


시민들 중에 2명이 자기들 119 소방관이라고 말했지만 경찰들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119가 왔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뒤집힌 발은 멀리 보일 뿐이었다. 다가오지 않았다.


경찰들이 드디어 구조를 시작했다.

늦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기사 아저씨부터 차에서 빼 낸다.

아저씨는 다치지 않았기에 경찰들이 문을 열어주자 폴짝 뛰어나가신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경찰은 문을 닫았다.

조용해졌다.


'나 여기 있는데...'


경찰들은 누군가와 연신 통화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촬영만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기사님과 얘기한 내용을 수첩에 연신 적고 있었다.


내가 택시 안에 있는데, 왜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걸까?


어른들의, 전문가들의 계획이 있을 거라 믿었지만, 차 안에 갇힌지 벌써 1시간이 지나간다.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지만, 외면했다. 이유를 모르겠다. 왜?

다리 쪽이 뜨겁다. 차에 불이 붙었다.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사랑해>


점점 뜨거워졌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택시를 탔을 뿐이다.








[부모의 눈]


현우가 저렇게 들떠 있는 건 처음 본다.

이제 다 컸는지, 엄마 아빠보다 여자가 더 좋은지 데이트에 저렇게나 신나하니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엄마 아빠 앞에서는 맨날 늘어진 티와 시장표 츄리닝만 입던 녀석이 이쁘게도 꾸몄다.

꾸며놨더니 내 아들 참 잘 생겼다. 모델 해도 되겠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인사를 한다.


"다녀올게."


우리 아들에게 저렇게 환한 미소가 있었구나 감탄하며 집을 나서 일터로 갔다.

일을 하고 있는데 아들 녀석에게 문자가 온다.


<엄마 나 교통사고 났어, 택시 안에 갇혔는데 다리 조금 다친 것 같아>


첫 데이트하러 간 녀석인데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녀석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말고 경찰 아저씨가 구해줄 테니 시키는 대로 해>


사무실에 틀어놓은 TV에서 양화대교 택시 교통사고에 대해서 나온다. 양화대교 위에서 꽤 큰 교통사고가 나서 교통체증 때문에 뉴스에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잠시 후 보도가 나왔다.


기사) 양화대교 택시 전복사고 전원 구조


아들 녀석을 병원에 데려가려고 팀장한테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을 나서서 양화대교로 향했다.

가면서 경찰과 119에 전화해봤지만, 아들의 소재를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사고 현장으로 향했고 저 앞에 전복된 택시가 보인다.

구조작업은 끝났는지, 택시 주변에는 경찰도, 소방관도 없다.


아들을 찾으러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카톡'하고 하나의 카톡이 왔다.

<엄마 사랑해>


갑자기 웬 사랑고백인가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 엄마를 놀래켜주려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나 보다.

주위를 열심히 둘러봤지만, 아들을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전복된 택시에 불이 크게 붙는다.

불길이 내 눈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뒤집힌 창문 사이로 주황색이 보인다.

아들 생일이라고 백화점에 가서 내가 직접 골라준 그 후드티의 색깔과 같다.


미친 듯이 택시로 달려갔지만, 경찰이 막았다.

"저기 내 아이가 있고 내가 엄마다"라며 미친년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때리고 욕하며 택시로 다가가려 했지만, 10명의 경찰이 나를 힘으로 막아서니 욕하고 소리 지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힘이 다 빠질 무렵 택시는 전소됐고 뼈대만 남았다.

아이가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TV의 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도배됐다.


기사) 택시 전복 사고 유족 경찰에 욕설하며 폭행


경찰은 택시의 노후화로 인한 급회전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했다.

경찰 블랙박스와 경찰의 구조 영상을 요구했지만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현장 책임자는 어떤 명확한 답변도 하지 않았고, 택시 기사도 입을 닫았다.

현장 책임자에게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알려달라며 경찰에 요청했지만 정상적으로 구조했지만 불가항력이라고 했다. 내가 눈앞에서 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건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몇몇 언론이 힘이 돼 줬다.


경찰청장을 만날 수 있었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도 줬다.


갑자기 검찰은 택시회사를 급습하여 택시회사 사장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했다.

노후한 택시를 사용해서 사고를 야기한 택시 회사 사장은 무서워서 도망 갔다고 한다. 


언론들은 진실되게 보도한다.


기사) 택시 회사 사장 여비서와 도주 중, 뼈 없는 닭발 시켜 먹어


사건 관련 정보들을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뻔히 아는 내용에 대해서도 계속 거짓말을 했다. 수많은 목격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말은 모두 무시됐다. 경찰을 믿을 수 없어서 내가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전소된 차량을 수거해서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세금이 많이 든다고 폐차업체 불러서 그냥 없앤다고 해서 필사적으로 막았다.


어느 날 밤 술을 많이 먹었다.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감정이 격해져 시비가 붙었다.

언론은 아들이 죽은 것에는 관심 없고 나의 시비에는 관심이 많았다.


기사) 택시 전복 사고 유족 대리기사에게 갑질 폭행


기자라는 놈들이 갑질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나 배웠다.

경찰은 100가지 거짓말을 해도 괜찮고, 나는 1개의 실수만 해도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적어도 절반의 국민에게는 나만 성인 같은 삶을 살아야만 했다.



경찰은 끝없이 거짓말을 했고,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단식을 했다.

단식이 길어지자 또다시 언론이 보도를 한다.


기사) 택시 전복 사고 유족, 가정불화로 이혼


이젠 언론을 기레기라고 부르기로 했고, 그들에게는 어떤 기대도 없었다.

단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어서 다행히 진상조사위가 꾸려졌다.

당연히 진상조사위에는 진상조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공정해야 한다며 '진상조사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절반이나 들어왔다. 그들은 조사를 방해했다.


한 국회의원은 갑자기 조사위원회를 세금 도둑이라면서 없애야 한다고 한다.

경찰청장은 나를 공개 비난했고, 시민들은 나에게 보상금 충분히 받지 않았느냐고 빈정거렸다.


"자식 죽은 걸로 얼마나 뜯어낼 거냐?"


나는 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만 궁금했을 뿐이다.

이젠 왜 이 사건을 덮으려 하고, 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겨우 단순한 교통사고일 뿐인데, 왜 이리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사고 원인을 알려주지 않는 걸까?


너무 답답한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은 택시를 탔을 뿐이다.











현실은 소설보다 몇 십배 더 잔인했고 참혹했다.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4주기다.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아이들의 진실을 알고 싶어 숨겨진 것들을 찾고 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숨겼던 자들은 어떠한 책임 없이 지금도 행복한 삶을 산다.

(어제자 MBC 스트레이트의 내용들이다)          






완벽하게 무능했던 이들은 

이 사고 이후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2014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최고 책임자

김석균 전 해경청장 2016년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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