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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윙맨 May 12. 2018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야기

북한에게 한두 번 속았냐?


2년 전 어느 봄날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사진이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묘하게도 그 봄날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묘하게도 그 탈북은 탈북 직후 바로 통일부가 브리핑한 사건이었다.

묘하게도 그들은 어떠한 조사도 없이 탈북자로 인정된 탈북이었다.

묘하게도 그 탈북자들은 이후 누구도 만날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묘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이 이 탈북을 바라보는 시점은 완전히 달랐다.



탈북 vs 납치





그래도 사람들은 한국 공식기구인 통일부의 말을 믿었다.






언론들은 통일부와 함께 그 말들에 신용장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통일부의 의도는 이러했다.




박근혜 대북 강경 정책 킹왕짱!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들로 그들은 화면을 채웠다.

사람들 마음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증오의 정서로 채워졌다.







그런데 묘한 일이 발생했다.

CNN이 이 집단 탈북 사태를 취재하고 인터뷰했다.


모든 식당 구성원들이 탈북하진 않았다.

집단 탈북 과정 중에 도망친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CNN과 인터뷰했다.

속아서 탈북했다고...


하지만 이 내용들은 모두 북한이 위증을 시킨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전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북한에게 한두 번 속았냐?

북한을 어떻게 믿냐?




나 역시도 북한보다는 한국 정부의 말을 훨씬 더 신뢰했었다.

너무도 당연했었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이전까지는, 그랬었다.


그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말은 신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 후 미스터리에 빠져버렸다.






어제저녁 10시까지는...

2018년 5월 10일의 저녁 10시까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스포트라이트가 다뤘다.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해봤다.

(직접 찾아보길 추천해본다.)



집단 탈북의 진실이 미스터리에 빠진 것은 총 13명의 인원 중 누구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당사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집단 탈북의 책임 당사자를 인터뷰했다.


여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함께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의 매니저(즉 사장) 허강일을 인터뷰했다.









탈북의 발단은 이러했다.

그는 북한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남한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들켜서 협박을 받았다.




그래서 탈북을 결심했다.








국정원 사람에게 탈북하겠다고 하니, 혼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혼자 오면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








원래 5월 30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4월 초로 변경됐다.

긴급상황이 벌어졌다며...큰 작전이라며 4월 5일날 출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

총선을 일주일 앞둔 따뜻한 봄날이었다.








국정원이 밝힌 큰 작전은 기껏 총선을 이기겠다는 목적이었고,

허강일은 조작한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이유다.

그는 남한의 국정원의 '큰 작전'을 수행하면 애국자이자 영웅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숨어서 힘들게 살아야 했다.








중국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태의 책임 당사자 허강일이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겨우 당권 잡겠다고 납치극을 조작하나?

비열하다.






허강일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그도 자신을 위해 언론플레이할 수도 있다.


크로스체크를 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들도 만나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당사자들을 만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국정원 인권보호관 신분인 박영식 변호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









최근에는 북한 관련 TV 프로그램이 많고 탈북자들이 출연하기에

탈북자들이라고 무서워하지 않는다.


CNN도 이들의 얼굴을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그녀들의 얼굴에 여전히 모자이크가 처리돼 있다.






그녀들을 만나봐야 했다.


극구 인터뷰를 거부하던 그녀들이 드디어 인터뷰에 응했다.



그녀들은 여전히 신분을 숨기고 숨어서 살아가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녀들이 바보처럼 지배인을 따라서 한국에 왔는가이다.


구조를 살펴보자면, 북한 식당의 지배인은 왕이다.

고용부터 해고까지 모두 그에게 권한이 있다.

거기다가 그 이상의 불이익도 줄 수 있고, 실제로 협박을 했다.




우리는 현재 위계와 위력이 얼마만큼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대한항공 조씨일가 사태로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그 수많은 직원들이 바보라서 그동안 당해 온 것이 아니다.

(물론 위계와 위력 때문이라고 전혀 책임이 없다는 쪽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남한의 체제를 경험했다면 아마 상당수가 남한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밝히는 팩트는


1. (과거) 자발적인 탈북이 아니었다.

2. (현재)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심플하게 2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국정원과 통일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2년이 지난 따뜻한 봄에도...

무책임을 유지하고 있다.






노파심에 이 내용을 덧붙여본다.

단순하고 무식하게 종북빨갱이론 전파자들이 등장할 것 같아서 덧대는 문장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남한 나빠, 북한 만세'이런 단순함이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귀결시키고자 읽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





북한에게 한두 번 속았냐?


남한을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대화를 가로막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길 바란다.

남한과 북한은 휴전 상태였으며,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필터에 가려져서 우리 과실은 보이지 않고, 상대의 과실은 더 크게 보였다.






그래서 미국의 부시마냥 남북의 관계를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고,

평화가 아닌 긴장을 원하는 이들은 그 구도와 사고를 바란다.


그 이분법 사고관이 자리 잡으면, 이불킥을 차게 된다.






정리하긴 뭘 정리하냐?







한국 정부를 더 신뢰하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대화라는 것이 가능해진다.

(무조건 북한 말을 믿는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평판의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비교 개념을 도입하면 사고가 유연해진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정원이 말하는 애국 중에 애국을 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정원과 통일부에서 이런 일들을 처리했던 인원들이 그대로 존재하기에,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더 믿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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