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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윙맨 May 25. 2018

북미회담 취소에 따른 간단한 해설, 후불제 평화


어젯밤 안 좋은 소식에 많이들 놀랍고 슬펐다.


아침에 와이푸가 "트럼프 왜 그래?"라며 감정 섞인 토로에 간단한 해설을 해줬더니 기분 좋게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번 가벼운 해설을 한 번 남겨본다.


참고로 나는 북한 전문가가 아니며 일반인의 시각이다.

일반 대중은 이 정도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 듯해서 남기는 해설이다.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은 북한 전문가들의 시선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얼마 전 [스윙맨 브리핑]에서 간단하게 다룬 적이 있는데, 위태위태한 국면이었다.

단순한 긴장관계가 문제가 아니었고, 이 긴장관계 속에 서로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부분들이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 한미 회담부터, 어제의 트럼프 북미회담 취소까지 이 방향성을 재조정하려는 액션으로 보인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가기 위한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북미회담을 읽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래 5가지 정도의 상황은 알고 다층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갈 것이다.


1. 남북미 키플레이어들의 캐릭터

2. 현재 각국의 정치 상황

3. 현재 각국의 언론 상황

4. 현재 각국의 여론 상황

5. 북미회담 취소 방식과 메시지



전문가들은 훨씬 더 많은 상황들을 고려하겠지만(주변국의 이해관계 등) 일반인은 이 5가지 정도만 복합적으로 바라보면 어느 정도의 상황들이 보일 것이다.






1. 남북미 키플레이어들의 캐릭터

        


주요 3국은 남한, 북한, 미국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이 각 키플레이어들의 캐릭터다.

전 세계에서 가장 색깔이 뚜렷한 3명의 지도자다.


독재국가의 왕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살아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김정은은 권력이 안정됐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성격이 더 강한 트럼프가 되면서 말전쟁을 벌이지만,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대통령과 다른 심플하고 직설적인 마인드를 가졌기에, 남한의 문재인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셋 간의 의견이 조율되며 북미회담까지 이어졌다.


어쩌면 이 셋만의 문제였다면 생각보다는 훨씬 쉽게 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고려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남한, 북한, 미국의 지도자들이다.







2. 현재 각국의 정치 상황


남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평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이콧하고 있다.

미국의 극우 세력과 일본의 극우 세력들의 이론을 그대로 주장하며 평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 반대 여론 속에 판문점 선언마저 비준하지 못하고, 북한의 선제적 이행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 북한은 군부가 가장 큰 세력이고, 지금까지 군의 핵심은 핵무기였다.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핵포기 착수에 들어갔지만 남한과 미국의 극우는 북한에게 항복을 요구하며 있다.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의 정치세력과 군부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의 편은 거의 없다.

미국의 민주당은 그들이 수십 년 동안 해내지 못한 것을 트럼프가 해내길 바라지 않고, 미국의 방산사업과 관련된 정치인들도 반대하고, 매파 정치인들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반도는 또 하나의 예루살렘일 뿐이다.








3. 각국의 언론 상황


남한: 이번 남북문제를 기점으로 남한의 상당수 언론은 기레기를 넘어 평화 반대세력으로 커밍아웃했다.

오보를 밥 먹듯이 내놓고, 갈등을 조장하는 기사를 팩트체크 없이 계속 쏟아내고 있다.

북한을 불신해야 하는 당위성을 계속해서 사짜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풀어놓고 있다.


북한: 북한은 언론이 따로 없고 국가에서 내보낸다.

그들의 로동신문에서 나오는 논조를 보면 자존심이 상한 부분들을 강한 어조로 풀어내면서 북한의 자존심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메시지들은 그 선을 넘어버렸다.


미국: 트럼프는 정치권 뿐만이 아니라 언론에도 편이 없다.

취임 초기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언했고, 그동안 숱하게도 사고를 치기도 했다.

미국의 언론은 트럼프는 무능한데 문재인이 모든 것을 다 했다며 보도하고 있다.








4. 각국의 여론 상황


남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지만, 그동안의 역사적 맥락과 10년간의 강경한 대결노선이 있었기에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많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그 갈등을 부추기는 세력들에 다시 불신의 눈초리가 생긴다.


북한: 북한의 여론은 크게 의미가 없지만,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갈망은 가장 크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지속적으로 받은 교육이다.


미국: 미국의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너무 낮다.

그들에게는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며, 사안의 내용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가장 크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맥락보다는 '힘의 논리'로 바라보기에 북한의 메시지에 '감히~'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그냥 북미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모두의 이해관계와 틀어져 버렸다.


남한은 북한과 미국이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고 협상을 해야 하는데 틀어져 버렸고,
북한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며 핵폐기를 진행하고 개방해야 하는데 틀어져 버렸고,
미국은 트럼프가 주인공이 아닌 들러리가 됐고, 강경파의 훼방에 여론이 틀어져 버렸고,

이 상황에서는 북미회담을 무리해서 진행해봤자, 한반도 평화라는 의미와 쇼의 가치가 퇴색돼버린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사안인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각 당사국들의 환영과 축하를 받아야 할 사안에, 각국의 강경파들이 방해를 하면서 김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5. 북미회담 취소 방식과 메시지


트럼프는 이대로 북미회담을 진행할 수 없었다.

북한과 미국의 강경파들의 입을 제어시키고,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임을 알려줘야 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이 메시지와 함께 북미회담은 취소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동안의 자유분방한 트럼프의 방식도 아니고, 메시지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감사와 경고를 동시에 표하면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담았고, 마지막 문단에서 방향성을 바로잡자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다음날 북한의 메시지가 상당히 기대됐었다.

북한의 등거리 외교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전문]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 전문


지금 조미사이에는 세계가 비상한 관심속에 주시하는 력사적인 수뇌상봉이 일정에 올라있으며 그 준비사업도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있다.
수십년에 걸친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조미관계개선의 새로운 리정표를 마련하려는 우리의 진지한 모색과 적극적인 노력들은 내외의 한결같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있다.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여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립장을 발표하였다.

트럼프대통령은 그 리유에 대하여 우리 외무성 최선희부상의 담화내용에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 담겨져있기때문이라고 하면서 오래전부터 계획되여있던 귀중한 만남을 가지는것이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밝히였다.

나는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대통령의 립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념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싶다.

트럼프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페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력사적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력사적인 조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트럼프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탓인지 그 리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력사적인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그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두 나라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하여왔다.

또한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있다.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것이다.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


북한이 내놓은 메시지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최근 며칠간의 메시지들은 선을 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정제된 메시지였다.


자존심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트럼프가 레터의 마지막에 밝힌 그 메시지에 대한 답을 돌려줬다.




If you change your mind having to do with this important summit, please do not hesitate to call me or write.(미국)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북한)









후불제 평화


우리는 일제 해방도, 민주주의도 우리 손으로 이뤄내지 못했다.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피를 흘리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그 경험과 철학을 공유해야 그것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하지 못했기에 후불제 일제 해방, 후불제 민주주의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 아니 지불하고 있다.


친일파와 매국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이명박근혜 10년을 겪으며 노년층과 아무런 의미 없는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나는 한반도의 평화가 누군가(북한과 미국)의 힘으로만 쉽게 이뤄지길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놀라고, 아프고, 슬퍼하며 알고 배워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번은 기껏해야 북미회담 일자 연기이지만 더 큰일도 벌어질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진전이고,  얼마나 축복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알아야 하고 응원을 해줄 수 있을 때가 돼야, 진짜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를 우리가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평화가 만들어져도, 시크한 놈들은 북한을 의심할 것이고, 북한 사람들을 무시하며, 새로운 지역차별과 인종차별을 조장하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왕 발걸음 시작한 것, 조금 여유 있게, 조금 힘들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다.

분단 상태에서 군사 긴장 생기는 것보다는 100배는 나은 발걸음일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북한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시선에서 이 정도로 이해력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작성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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