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원예 예술촌 · 창선삼천포대 · 사천바다케이블카 · 상상양떼목장까지
아침식사를 마치로 일행은 다시 독일마을로 향하는데 이날 첫 번째 방문지인 남해 원예 예술촌이 도이치 플라츠 바로 옆에 위치해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상 초기 귀농마을로 원예전문가 다수가 실제 이곳에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집 마당을 포함한 총 21개의 테마 정원을 세계 19개국의 문화와 식생으로 꾸며놨습니다.
남해 원예 예술촌
원예 예술촌 입장은 4월에서 9월 사이 하절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하고 한 시간 뒤인 6시 30분에 폐장합니다. 반면 나머지 동절기에는 30분 일찍 입장이 마감되고 폐장도 그만큼 빨라집니다. 입장료는 일반 5000원, 65세 어르신 4000원, 청소년과 군인 3000원이며 어린이는 2000원입니다. 반면 주차는 무료입니다.
원예 예술촌 방문은 애초 계획에 없던 것이지만 아내의 관심 분야이고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숲길을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에서 입장했는데 그 안에서 천천히 걷고 차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참고로 남해 원예 예술촌에는 4개의 카페가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한 시간 반 가량의 원예 예술촌 산책을 마치고 사천시 삼천포항으로 향합니다. 그곳은 독일마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로 가는 도중 총 6개의 교량을 지납니다. 우선 남해도에서 창선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곳 지족해협에서 잠시 차를 멈춥니다.
두 섬 사이에 놓인 죽방렴이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사용돼 온 멸치잡이 방식으로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곳에 설치됩니다. 이에는 대나무로 만든 덫과 그물이 사용되는데 원근해 어업에서 사용되는 그물잡이 보다 수확량은 작지만 잡은 멸치의 상태가 좋고 자연스럽게 남획을 막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사용됩니다.
남해 창성면과 사천시 삼천포항 사이에는 창선삼천포 대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3개 섬을 5개 교량으로 잇는 것으로 그 총 연장은 3400미터입니다.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지난 2003년 개통됐는데 앞서 30년 전 일본 기술로 만들어진 남해대교와 달리 순수 우리기술로만 만들어져 더 의미 있습니다.
형식과 모양도 각기 달라 창선대교는 하로식 아치교 형식이고 늑도대교는 PC 박스 상자형교, 초양대교는 중로식 아치교, 삼천포대교는 사장교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삼천포항 각산에 오르면 이 5개 교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교량박물관에 서 있는 분위기입니다. 16년 전 내가 6시간 걸려 뉴코란도를 타고 이곳에 달려온 이유도 이 광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입니다. 당시에는 무거운 촬영 장비를 메고 어렵게 각산 전망대에 올랐지만 지금은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남해 사천 바다 케이블카는 초양도와 삼천포항 대방 정류소 사이 바다와 이어지는 각산 등반 구간이 포함되어 더욱 유명합니다. 이는 제원상 총 길이 2490 미터이고 한 바퀴 도는 데는 9분 35초가 소요됩니다.
원래 설계로는 초양(해발 34미터), 대방, 각산(해발 372미터) 3개 정류장에서 모두 탑승이 가능하지만 현재 초양도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관계로 이곳은 승하차 없이 통과합니다. 따라서 티켓은 대방 정류소에서 왕복구간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케이블카로 여행 가능한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방 정류소 - 초양 정류소 무정차 통과 - 대방 정류소 무정차 통과 - 각 산 정류소 하차 이어서 각 산 정류소 - 대방 정류소 하차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매력은 역시 대방에서 초양 정류소 사이 바다 구간 이동입니다. 해발 370미터 높이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앞바다와 옆으로 함께 달리는 삼천포대교 바라보는 체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각산 등반 구간은 조금 실망스러운데 마치 스키장에서 리프트 체어 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각산 전망대 조 내려오면서 보는 다도해와 창선삼천포대교 픙경은 다시 반전입니다.
여기서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해가 남쪽에서 비치는 한낮보다는 이른 오전과 오후 시간의 풍광이 조금 더 좋습니다. 해가 정남에 걸리는 시간에는 강한 빛 때문에 남해도 방향의 풍광이 썩 좋지 않습니다.
참고로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운영시간은 4월에서 10월 사이 하계에는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까지 이고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는 같은 시간에 개장해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매표는 공히 폐장 한 시간 전에 중단됩니다.
탑승료는 왕복 기준 빨간색 일반 캐빈은 대인 1만 5000원, 소인 1만 2000원이며 파란색 크리스털 캐빈은 각각 2만 원, 1만 7000원입니다. 여기서 크리스털 캐빈이라 함은 탑승차 바닥이 유리로 마감된 것을 말하는데 이는 인근 여수 해상 케이블카와 동일합니다. 사족을 달자면 사천과 여수 케이블카 모두에는 동일한 회사의 시스템이 채택되어 운영됩니다.
케이블카 탑승이 끝나고 우리 가족은 다시 남해도로 넘어갑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동선에서 보면 40분 가량 손해 보는 상황입니다만 양떼목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애초에 남해여행을 짤 때 양떼목장을 간다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인 위치 등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탓입니다. 남해 섬에는 3개의 대형 양 목장이 존재합니다.
남해대교 인근에는 남해양떼목장 양모리학교와 남해상상양떼목장 편백숲, 이 두 곳이 붙어있고 독일마을에서 2킬로미터 거리에는 남해양떼목장 양마르뜨언덕이 위치해 있습니다. 대충 검색만 하고 출발하면 헛갈리기 십상입니다.
우리 일행이 선택한 곳은 남해상상양떼목장 편백숲입니다. 이는 남해 충렬사에서 해안 도로를 이용해 남해읍 방향으로 8킬로미터에 위치해 있어
차로 15분가량 소요됩니다. 입구를 찾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충렬사 기점 5킬로미터,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내려는 시점에 4시 방향으로 급하게 진입하는 급경사 길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두 양떼목장으로 가는 입구입니다. 표지판을 주의해 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초입 30미터는 좁아 차량 두 대가 교행하기 어려우니 진입 시 내려오는 차를 주의해야 합니다.
이후 2500미터 정도 산골마을 소로와 비포장 산길을 돌아가면 양모리학교가 나타납니다. 거기서 다시 1000미터를 더 올라가면 상상양떼목장 편백숲입니다. 둘 다 같은 주제지만 차이라면 양모리학교는 양몰이 체험이 특징이고 상상양떼목장은 주변의 편백숲과 실내 앵무새 체험관이 강점입니다.
양목장에 입장하면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양 먹이 체험용 사료를 받게 됩니다. 타고 온 차는 목장 내부 앵무새 체험관 앞에 세웁니다. 여기서 양이 방목된 초지까지는 걸어서 1분 거리로 가깝습니다.
보통 양목장에 가면 우리에서 먹이 체험을 하는데 이곳은 울타리 넘어 초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됩니다. 비슷한 먹이 체험이지만 느낌이 조금 다른 이유입니다. 양이 사료보다 신선한 풀을 더 좋아한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단 점입니다. 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직 풀이 지천인데 사료를 좋아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 하나 즐겁게 초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신발에 미세한 흙먼지가 두껍게 내려앉고 가끔 양 똥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양을 가까이서 만져보고 양모는 개와 함께 초지를 뛰어다니는 느낌만은 색다릅니다.
이어서 일행은 앵무새 체험장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는 각종 앵무새 100여 마리와 햄스터, 기니피그, 병아리, 토끼 등이 있어 먹이 주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물론 동물마다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두 가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형 플라스틱에 든 곡물은 앵무새를 위한 것이고 잘게 자른 당근은 작은 동물과 앵무새 모두에게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받은 양 사료와 달리 포장 다 1000원으로 별도 구입해야 합니다.
이중 가장 재미있는 체험은 우리밖에 나와있는 중형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는 것입니다. 이 녀석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먹이 주는 손에 올라타고 어깨까지 올라와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이 긴장 안 하면 몇 시간이라도 이러고 있다고 하는데 내게는 또 한 녀석이 날아와 앵무새 두 마리를 어깨와 앉히고 10여 분을 돌아다닙니다.
이때 앵무새를 내려놓고 싶다면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체험장에 상주하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 녀석들은 나뭇가지 등에 앉는 습성이 있어 검지를 횟대 삼아 앵무새 발 근처에 가져가면 열에 여섯은거기에 올라탑니다.
그 상태로 재빠르게 원래 앉아 있던 나뭇가지에 옮기면 대부분은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반면 별도의 공간에서 사육되는 소형 앵무새는 겁이 많아 먹이를 보고도 날아오는 데 시간 걸립니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더 큰 법입니다. 작은 부리로 손가락 사이에 낀 작은 곡물을 쪼아 먹을 때 느낌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남해상상양떼목장 개장시간은 3월에서 11월 사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고 입장료는 중학생 이상 9000원, 생후 25개월에서 초등학생까지는 6000원입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 여수반도로 넘어갑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앞으로 5시간 운전해야 하니 서둘러야 하지만 마법 같은 풍경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노량대교 밑에 베리 뉴 티볼리를 세우고 낙조를 지켜보는 동안은 잠시 귀갓길 걱정 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