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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사과학자 류박사 Aug 01. 2024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첫 휴가에서 만난 야구의 전설

100일 당직 후 깜짝 휴가, 후쿠오카에서 만난 한국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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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휴가, 새로운 모험의 시작 】


전공의 1년차를 시작한 지 2달이 지난 5월 중순, 저희 년차는 일과가 끝난 후 의국에 모이라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휴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공의들은 1년에 두 번, 주말을 포함하여 여름휴가와 겨울휴가를 갈 수 있었습니다.


6월 초부터 3달 동안이 휴가 기간이었고, 전공의 12명이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며 휴가를 가야 했습니다. 고년차 선생님들은 이미 원하는 날짜를 정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곧 1년차 3명 중 한 명이 6월 초에 첫 휴가를 가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100일간의 연속 당직은 분명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휴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낸 후의 휴식은 단순한 휴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성장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기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또한, 직업인으로서 삶에서 도전과 휴식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즉흥 여행의 매력 】


동기들과 사다리타기를 했고, 운명의 장난처럼 제가 6월 첫째 주 휴가에 당첨되었습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휴가를 가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보장된 휴가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100일 당직을 하며 일하는 기계처럼 살아온 저에게는 휴가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보통 직장인들처럼 우아하게 몇 달 뒤의 여행을 계획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휴가 계획이요? 제 캘린더엔 '수술', '당직', '회진' 말고는 없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휴가'란 단어가 제 사전에서 영영 사라질 것 같아 꾹 참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휴가 통보는 예상치 못한 모험의 시작 같았습니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설렘과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갑자기든 아니든 잠시 휴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고, 새로운 경험을 향한 흥분이 피어났습니다.



【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 】


갑자기 주어진 일주일의 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대학 친구들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 함께 갈 수 없었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친 누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누나와 매형은 결혼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습니다. 다행히 그들도 의료인이어서 제 상황을 잘 이해해주었고, 함께 휴가를 가자고 제안해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 여행의 추억이 참 좋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신혼부부와의 여행은 오히려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화목한 새 가정의 모습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하고 응원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안고 일본 규슈 지방 후쿠오카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 야구장에서 만난 한국의 영웅, 이대호 】


당시 롯데자이언츠의 영웅 이대호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상황이었습니다. 평소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저희 세 사람은 이대호 선수의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2014년 6월 4일, 후쿠오카 야후오크 돔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교류전으로 활기찼습니다. 우리는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였습니다. (사진 1)



사진 1. 거인 찾기 게임? 194cm의 이대호 선수를 찾아보세요! 웜업 중인 선수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감이 돋보입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1회 말, 이대호 선수의 첫 타석이 찾아왔습니다. 2사 1루, 요미우리 투수의 공이 날아오고 이대호 선수의 배트가 힘차게 휘둘러졌습니다. 그 순간, 야구장을 가득 채운 '탁'하는 경쾌한 타구음! 공은 순식간에 우측 담장을 넘어갔고,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들썩였습니다. 2-0으로 앞서가는 투런 홈런이었습니다. 전광판에 크게 비춰진 이대호 선수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두 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다음 타석을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6회 말, 이대호 선수의 네 번째 타석. (사진 2) 긴장감 넘치는 순간, 이대호 선수는 침착하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은 깔끔하게 좌전안타로 이어졌습니다. 관중석에서는 다시 한 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진 2. 4번 타자의 위엄, 전광판을 장악한 이대호! 그의 한방에 후쿠오카 돔이 들썩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전광판에는 이대호 선수의 활약상이 크게 표시되었습니다. 4타수 2안타, 2타점, 시즌 9호 홈런. 그의 타율은 0.295로 올라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을 나서는 순간, 가슴 속에서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의사로서 느끼는 책임감,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새로운 각오가 뒤섞였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야구 관람을 넘어, 제 인생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이대호 선수 고향인 부산에서 멀지 않은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에서 한국 선수의 활약을 직접 목격한 행운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여전히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선의 4번 타자'였습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짧은 여행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재충전과 자기성찰의 시간 】


휴가 기간 동안 쌓였던 피로가 씻겨 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유로운 여행자로서 시간을 보내며, 의사로서의 제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 짧지만 소중한 휴식은 제게 새로운 에너지와 동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복귀하여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난 100일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끝없는 당직과 병동업무, 회진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정형외과 의사로서 눈에 띄게 성장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기만 했던 술기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고, 환자들의 상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휴가 동안의 경험이 제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음을 느꼈습니다. 이대호 선수의 활약을 보며 느낀 감동과 자부심이 의사로서의 제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앞으로의 수련 과정에 대한 새로운 동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더 열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휴식의 순간들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유지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소독약 냄새와 분주히 오가는 의료진들의 모습이 저를 반겼습니다. 잠시 동안의 자유로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곳이 제가 꿈꾸던 의사로서의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도 느꼈습니다.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서는 한 명이 휴가를 가면 같은 년차의 남은 사람들이 그 몫까지 해야 했습니다. 휴가를 가는 것이 남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복귀 첫날, 동기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제 휴가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런 동료애가 앞으로의 도전들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후쿠오카의 따뜻한 햇살과 야구장의 흥분된 함성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제가 꿈꾸던 의사로서의 삶의 한 부분임을 받아들이며, 매 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어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기대하며, 다음 휴가까지의 여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 동료애를 담은 특별한 선물 】


돌아오는 길에 당시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일본 맥주를 의국 전공의 선배들과 동기들을 위해 사왔습니다. 10여 캔의 맥주를 캐리어에 담아 오느라 무거웠지만, 받을 분들의 기뻐하실 모습을 생각하며 들고왔습니다. (사진3) 선배들과 동기들은 제가 첫 휴가에 이런 것까지 생각했다며 고마워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음주가 금지되어 있어 일과 후 집에 가져가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 3. 캐리어 무게의 절반은 이 아이들 ^^ 동료들을 위한 소소한 선물로 함께 나누는 휴가의 맛!



전공의로서의 첫 휴가, 그 시간은 제 전체 수련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휴식의 중요성과 동료애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앞으로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가며, 이런 순간들이 제게 힘이 되어줄 것 같았습니다. 내일 갑자기 휴가를 떠나야 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더라도,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작은 설렘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예상치 못한 휴가도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100일 당직 후 깜짝 휴가, 후쿠오카에서 만난 한국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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