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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08. 2020

[독서일기] 페인트(부모면접), 이희영

정답이 없는 부모라는 역할

저 출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시대, 취업이 어려워 졸업이 늦어지고, 함께 살 집을 준비해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니 만혼이 당연시되었다. 자연스레 출산이 늦어지고, 어려워지고, 아이를 키우기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아도 어떻게 키울지 전전긍긍해야 한다. 특히나 일을 하는 엄마라면,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여러 사람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 만약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인연이 아닌 선택으로만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라가 아이를 키워주고, 부모는 아이의 면접을 통해 결정한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소재, 면접을 통해 부모를 결정한다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와 자식, 누구도 서로를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인데, 아이들이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니,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NC(Nation’s Children) 센터는 아이를 잘 낳지 않고, 낳아도 키우지 않으려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정부 기관으로, 아이를 입양하려는 사람들과 NC의 아이들을 가족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13세부터 19세까지 ‘페인트(Parent’s Interview)’라고 부르는 부모 면접을 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가디’는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애쓴다. NC의 수 많은 아이들에게는 태어난 월을 따서 제누, 준, 주니, 아키, 노아라는 이름에 자신만의 고유번호가 부여된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111p


NC센터의 가장 나이 많은 아이 제누 301, 그는 영리하고, 신중하다. 그런 제누 301은 여느 부모 면접 참가자들과 다르게 꾸미지 않은 모습의 서툴지만 솔직한 젊은 부부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 좋은 부모의 기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입양되었다가 다시 센터로 돌아온 친구 노아, 부모의 사랑에 목마른 룸 메이트 아키,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 가디 박, 그리고 부모 면접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제누를 보면서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라는 물음표를 가져본다.


"명령이 아닌 질문과 반성을 할 수 있는 부모였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로 어려움을 겪게 할 사람들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두 사람은 부모 준비가 끝난 사람들이었다." 189p


나는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엄마인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고,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야 아이에게도 심리적인 안정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몸과 내 마음이 건강해야 내가 가진 긍정의 에너지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소중한 까닭이다. 그런 나의 시각에서 정부의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아온 제누 301은 행복할까? 부모 면접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자신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아이들은 국가의 보살핌으로 최상의 신체 건강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건강은 누가 보살펴주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고유한 이름이 아닌 번호를 부여한 것도, 면접에 대한 선택권을 아이들이 가지기는 했지만 부모 면접을 위한 감정 소모도, 어찌 보면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정부의 개입은 아닐까? 외부 사회와 차단된 단체 생활은 여러 규율로 통제를 하는데, 외부 사회와의 차단은 오히려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었을까? 면접을 통해 부모를 선택한다는 가설은 꽤나 흥미로웠다. 덕분에 상상해보지 못한 상황을 이야기로 마주하면서 여러 궁금증을 가져본다. 다만, 그로 인한 씁쓸한 사회의 단면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2019.05.08.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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