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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Apr 26. 2020

[독서일기] 덴마크 학교 이야기, 제시카 조엘 알렉산더

아이의 평생은 성적이 아니라 행복에 좌우된다

매일 저녁이면 엄마와 아이가 만난다. 엄마는 노래를 하면서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라고 아이의 하루를 질문한다. 하루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 남짓, 엄마는 짧은 질문으로 아이의 감정을 더듬어본다. 엄마 나이 10살, 내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 나는 엄마로써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여전히 고민스럽다.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로 손 꼽히는 덴마크. <행복을 배우는 덴마크 학교 이야기>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서툰 엄마의 눈길을 끈다. “안 돼” “하지 마” “그만해”가 없는 곳, 시험이 없고 숙제가 없는 학교, 경쟁 대신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덴마크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덴마크 사람들은 매년 ‘좋은 삶 테스트’를 치른다. 삶의 질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시험에서 좋은 등수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중시된다는 뜻이다.” 25p

덴마크의 모든 학교는 매년 행복 측정 표준검사를 실시하여 좋은 삶, 행복한 삶의 수준을 높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학교가 어릴 때부터 철학 교육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놀랍고 부러운 대목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엄마인 지금 내 모습은 어떠한가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손에 삶의 도구를 쥐여줬다면, 그 도구를 잘 쓸 수 있는 힘이 아이 안에 있음을 진심으로 믿어줘야 한다.” 40p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어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안 돼”일 것이다. 옷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다치는 것이 걱정되어 우리는 여러 이유를 들어 아이들을 멈추게 한다. 덴마크 부모나 교사들은 한 발짝 물러나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준다. 아이들에게 시행착오를 해볼 기회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많은 학교가 한 시간 이상 쉬는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한다고 한다. 자유롭게 놀기를 통해 아이들은 공감, 협상력, 창의력, 자기 절제력,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능력을 기른다.

덴마크의 교육은 책 읽기보다 감정 읽기를 더 중요하게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그림이나 영상을 보여주고 표정을 세심하게 읽고 어떤 감정이 읽혔는지, 왜 그렇게 읽었는지를 서로 토론하게 한다. 정답은 없다. 배려, 경청과 같은 단어가 아닌 생활 속의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함께 해법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유태인 부모들이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처럼 덴마크는 학교 수업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런 대화와 토론이 자연스러운 생활이 되었다.


“아이들이 살아갈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삶을 준비시키는 일이야말로 교육자와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226p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성 교육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죽음이나 성 같은 주제들은 살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중요한 일로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궁금한 것에 대해 수치심 없이 편안하게 묻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경험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부모가 평생 아이의 옆에서 보호해주고 챙겨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조차 부모가 대신 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양육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챙겨주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이 아님을 나는 어리석게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봄으로써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성이 개인주의가 되지 않고 자의식이 이기심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324p


괜히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과 환경이 부럽다. 하지만 내 아이는 한국에서 살아간다. 물론 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환경이 갖추어지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은 변화임을 잘 안다. 결국 부모의 역할이다. 내 아이는 평생 아이로만 살아갈 수 없다.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의 행복을 넘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야 하겠다.


2019.05.03.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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