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초등학생 아이의 학교 공개수업이 있다. 담임 선생님께서 올 한해 아이들과 어떻게 생활할 계획인지 설명해주시고, 혹시나 요청할 것이 있다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하신다. 그때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인성(人性)교육을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의 바른 인성을 위한 학교 교육은 중요하다. 책 <아이와 함께 철학하기>에서는 행복, 감정, 사랑, 친구와 같은 삶의 의미를 자신들의 경험 안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프랑스의 철학수업을 소개하기도 했었다.
“인성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지키자는 마음에서 나온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귀하고 소중하게 가꾸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내 몸과 마음같이 귀하게 가꾸자는 사람들의 언약입니다.”
<어린이 인성사전>, 분명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다. 하지만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동들을 ‘나’, ‘너’, ‘우리’의 관점에서 긍정, 당당함, 도전, 경청, 배려, 감사, 용서와 같은 단어들을 동시와 그림으로 따듯하게 설명한다. 프랑스의 철학수업에서처럼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마주하게 되는 단어들을 아이와 함께 하나씩 읽고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단어로 학습하는 인성이 아닌,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집에서 하는 생활 교육과 학교 교육이 한 방향으로 일치해야 아이들의 행동에, 우리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1. 인사
8살 S는 인사를 잘 합니다. 공부로 1등은 못하지만, 인사만큼은 1등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집과 밖을 오고 가며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를 반복합니다. 인사를 그만해도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도 꿋꿋하게 인사를 합니다. 맞습니다. 내가 어릴 적엔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 이라고 해서 나가면 나간다고, 들어왔으면 잘 들어왔다고 인사를 하라고 배웠습니다.
#2. 심부름
10살 S는 심부름 대장입니다. 엄마, 아빠가 시키는 심부름은 도맡아 합니다. 때론 언니랑 동생은 안 하고 왜 나만 심부름을 많이 해야 하냐고 투정부리다가 그럼 엄마가 갈까? 라는 한 마디에 엉덩이를 들고 달려갑니다. 동네 사람들이 S가 첫째인 줄 알았다고 오해하는 것은 당연하지도 모릅니다. 그런 S는 어른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S는 아직도 ‘내가 할께’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3. 긍정
13살 S는 늘 싱글벙글 입니다. 2살 많은 언니는 그런 S에게 뭐가 그리 맨날 좋으냐고 묻습니다. 어린 S는 웃으면 복이 온다고 믿었는지 집에서는 지금도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이 복이 아닐까 S는 생각합니다.
#4. 감사
24살 S는 회사에 취업을 하고, 전공을 살려 중국어 통 번역 일을 하게 됩니다. 12살에 친구 따라 동네 문화원에서 배운 한자 공부가 계기가 되어 학업, 취업까지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었습니다. 재능기부로 한자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면 선생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내가 가진 재능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것이 S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5. 나눔
27살 S는 방학에 학교 급식이 없어 배고픈 아이들의 신문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반찬 투정에, 편식에, 음식을 남기면서도 나온 배가 걱정인 S는 당장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매월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기부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일이 있어 감사하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어 감사한 S는 마음이 부자입니다.
중년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S, 오늘은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책 <어린이 인성사전>을 펼치고, 서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