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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Jun 04. 2020

[사소한 일상]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년 후

1년만에 다시 쓰는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5월 16일 토요일 오후 1시 06분 휴대폰 진동벨이 울린다. 생각하지 못한 반가운 이름 K. K는 첫 직장생활 5년의 시간을 나와 함께 일하고, 1년 전 공기가 답답해지기 시작하는 이맘때 공인노무사 공부를 위해 퇴사를 선택한 후배다. 평소 자기관리도, 주어진 업무도 책임감 있게, 알아서 잘 해왔던 K에 대한 신뢰감은 컸다. 그런 그의 선택이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한 시간에 대한 좋은 결과를 응원할 뿐. 그리고 K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문의를 하지 않도록 팀원들에게 신신 당부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K의 자리는 빈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작년 겨울, K의 생일에 응원의 커피 쿠폰을 보내자 장문의 답장이 왔다. 퇴사할 때 내가 써 준 편지를 공부할 때 늘 가지고 다닌다며 사진도 찍어 보내왔다. 짧은 직장생활, 가장 존경했던 선배가 잘했다고 응원해주어 자부심처럼 가지고 다닌다고, 공부하다가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가 써 준 편지를 읽고 마음을 다 잡는다고 했다. 선배로서 K의 인생에 작지만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고 하니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독서일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핸드폰 속에서 반가운 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로나19로 학원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 독서실에서 하루에 12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론 공부를 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토론했던 과제들과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아직까지는 잘 해내고 있고, 나에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가 스승의 날이라 나에게 꼭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직장생활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뿌듯함과 이렇게 마음을 전해오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18년차 인사담당자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만난 수 많은 신입사원들은 어느새 선배가 되었고, 자신의 자리에서 정해진 몫을 해내고 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보고 자신도 그 책을 사서 읽었는데 적응이 힘들었던 조직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던 또 다른 K는 해외주재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입사 때 나를 멘토로 만난 띠 동갑 동생 P는 내가 꾸준히 선물해주는 책을 읽으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고, 아주 가끔 뜬금없이 고맙다는 카톡을 보내온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시간의 변화, 세대의 변화, 사회의 변화는 나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변하게 한다. K의 전화 한 통은 시간의 속도에 따라 퇴색되는 나의 마음가짐을 붙잡아 주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더 바르게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응원이 된다. 고맙다. K.


(S와 K의 이야기 1편은 '독서일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 만나보세요)


2020.05.29.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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