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은 꼰대가 되지 말자
올 한해, ‘변화’라는 키워드가 늘 고민이었다. 인사제도의 변화,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함을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변화의 당위성은 모두가 공감하였으나, 어떻게 라는 방법과 결과의 모습에 대한 목소리는 다양했다. 여러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데 1년이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고객사인 현대자동차도 직급 체계를 포함한 인사제도의 변화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제도 개편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달 전,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직원들과 대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1년 전, 회사 창립기념일 행사로 사장님과의 토크간담회 진행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이 나서 그 기사에 더욱 관심이 갔다. 정의선 부회장은 직원들과의 공개적인 소통의 자리에서, 세계 트렌드의 변화에 맞추어 현대자동차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함을 리더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했다. 더불어 최근에 읽은 책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를 추천하면서 읽고 생각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한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세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서로의 이해를 위한 고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청년 43인이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서로 이야기해요. 성/사랑/결혼, 취업, 가정/명절/제사, 행복’ 이라는 5가지 주제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젊은 세대의 생각을 전달한다. 43인의 이야기를 통해 처한 환경에 따라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세대갈등이 지금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도, 조부모님 세대에도 언제나 있어 왔던 것이 바로 세대갈등이다. 우리에게 세대갈등이 늘 있었으니 갈등의 상황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차이도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세상의 변화 속도는 빨라졌다.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차이는 생활 패턴, 사고 방식의 다름을 더 크게 느끼게 했고, 갈등의 고리로 엮여있는 세대가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이해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기성세대를 비꼬는 어휘 ‘꼰대’, 사실 주변의 많은 기성세대들이 스스로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선배님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역효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더군다나 요즘 젊은 세대는 일반화하기 어려워 개개인의 눈 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것은 윗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아닌 스스로 윗사람임을 인지하고 젊은 세대의 부족함을 채워 주려는 시도이다.” 어릴 적 모르는 것을 엄마에게 물었을 때, ‘몰라 네이버에 검색해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세대, 그래서 그들은 선배에게 묻는 것 보다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사실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으니 기성세대인 나도 그들과의 조각난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조직문화 활동을 고민하면서 구성원들의 조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내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A팀은 평소 팀워크와 협업이 뛰어나다. 연중 퇴사자가 있었지만 남은 인원들이 협력해서 팀 업무를 잘 처리하고 있다. A팀원의 근무 만족도는 높고, 조직 운영은 안정적이다. 반면 B팀은 아침부터 긴장의 온도가 뜨겁다. 자신의 목소리(의견)를 잘 내지 않는다. 리더가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어김없이 팀원들의 목소리는 파티션을 넘어온다. B팀은 결원이 있었지만 리더의 뛰어난 업무 관리 능력으로 팀 업무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A팀과 B팀의 근무 분위기는 리더의 스타일로 인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A팀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의견에 차이가 있더라도 무시당하지 않는다. B팀은 의견 개진을 강요 받지만 발언을 잘 하지 않는다. 리더의 의견이 곧 답이다.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나이대가 넓어지면서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개인의 다양성 존중이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서 A팀이 가진 근무 분위기가 회사의 건강한 조직문화로 전파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꼰대 문화 탈출’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텍스트가 아닌 목소리(생각)를 들어야 할 때이다.
“변해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생각이 아닌,
‘가르침’이라는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5p
2019.12.06.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