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날 Jun 26. 2020

[독서일기] 노동 4.0, 이명호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 노동

2016년 3월, 최고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의 최고 실력자로 손 꼽히는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과연 로봇(기계)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 일까? 같은 해,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일본은 ‘소사이어티 5.0’, 미국은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 한국은 ‘I-Korea 4.0’이라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그때 즈음에 회사에서도 4차 산업혁명, Smart Factory와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뜸해질 즈음이었다. 작년 12월, 회사에서 ‘미래사회를 잇(IT)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자동차’라는 주제로 기술 특강을 진행했었다. 디지털의 진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2018년 12월 1일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5G는 최대 전송 속도가 4G LTE보다 최대 20배 빠르다고 한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특징을 가진 5G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변화다. 따라서 제도와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전문가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생산 양식과 산업 구조,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독일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독일은 저 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디지털화에 따른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 4.0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담은 녹서(Green Paper, 정부정책안을 검토하기 위해 만든 공론화된 질문 문서)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백서(White Paper,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응 문서)를 발간했다고 한다. 기술, 산업 등의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노동 환경에 대한 변화까지 일찍이 고민했다는 점과 정부 차원에서 이를 공론화하여 다양한 국민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대응책을 정리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한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노동 환경, 방식에는 분명변화가 있었지만, 살아있는 동안 노동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덕분에 대기업들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대형 채용박람회를 매년 지원한다. 외형적으로는 채용이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일자리의 양(量)을 요구했다면, 이번 정권에서는 일자리의 질(質)에 대한 강도 높은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

"모두를 위한 일자리 마련이 가능할 것인가?"

"인생 주기에 따라 노동 형태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노동과 관련된 사회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좋은 노동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노동 문화는 어떻게 조성되어야 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노동은 많은 변화를 요구 받는다. 저 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의 정체로 인한 자동차 부품 기업의 수익 구조 악화와 구성원의 세대 변화, 직급 간 인원 불균형이라는 내부 환경의 변화는 인사관리의 근간이 되는 인사제도의 개편 필요를 가져왔다. 최근 급격한 노동 환경의 변화 추진이 많은 근로자들에게 좋은 노동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좋은 노동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어떤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며, 노동을 하는 우리에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것일까? 올 한해 장기적인 혜안을 가지고 제도 개편 업무를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독일의 정부가 그러했듯이, 회사와 직원 간의 균형 있는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질문으로 설득의 논리를 가지는 것이다. 좋은 노동을 위한 변화, 모두를 위해 필요하지만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좋은 노동을 위한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정부, 기업, 노동자 개인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과연 좋은 노동은 있을 수 있을까?


2019.01.25.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싶은 S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일기]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