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전에 미처 몰랐던 것을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문득 문득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나에겐 공부도 그 중 하나였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배움에 목마르다. 나는 늘 성실하기만 한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때 시험기간이면 밤새워 시험범위를 무작정 외우는 게 공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해도 되는 대학생이 되었을 땐 당연히 공부가 재미있었고, 재미있었던 만큼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금처럼 고등학교 때 공부했으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나는 학생의 신분이었을 때 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주도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책상 앞에 앉아서 책장만 넘기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였다는 사실을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아챘다.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다면, 목적성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공부했더라면 나의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8년차 직장인, 나는 여전히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하기 싫던 공부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하고 싶은 이 아이러니란.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하면서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공부한 전공이 상이했기에 늘 이론적인 학습이 필요했다. 주니어 사원 때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교류하면서 공부했고, 시니어 사원이 되고는 조금 더 이론적인 학업의 필요를 느껴 야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의미가 있었고, 내가 가진 생각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나는 여전히 배움에 목마르다.
책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은 국어 교사인 작가가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관찰하고 정리한 내용이어서 구체적이다.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 요즘 시대의 공부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다. 엄마의 입장에서 내 아이의 학업을 미리 들여다보기도 했고,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30년 전 나의 공부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가 정리한 55가지의 공부법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접목해도 다 찰떡처럼 맞는 이야기라는 것.
"끊임없이 물음표를 단다." "의문을 글로 정리한다." "모르는 것은 꼼꼼히 묻는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한다." "의심할 수 있는 이유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한다."
나는 스스로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잘한다. 반복되는 루틴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성장을 위한 나의 루틴을 만들어낼 줄 안다. 다양한 책을 읽고자 하는 것도, 독서일기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나누는 것도, 그렇게 내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나를 위해 잘 사용함으로써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여 공부를 잘 하려거든, 행여 일을 잘 하려거든, 책 <행여 공부를 하려거든>을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장은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여러개의 물음표가 묵직하게 돌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