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럽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다. 오래된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웅장함, 그런 건축물 사이 사이 작은 골목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 그 골목 귀퉁이 작은 카페 앞 야외 테이블에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속에 파묻혀 일상의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나를 상상해본다.
# 낯선 독일과 한 발짝 가까워지기
나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다. 그 때도 독일의 언어가 가진 느낌이 참 투박하다고 생각했고, 언어에 왜 여성, 남성이 있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독일어가 참 어렵다고 느꼈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가족과 매년 유럽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독일이었다. 몇년 전, 남편이 독일 출장을 다녀오면서 황금색 봉투에 담긴 커피콩을 사왔고, 나의 여행 리스트에 독일이라는 나라가 랭킹되었다. 독일 여행을 준비하면서 찾아본 책들은 독일을 궁금하게 했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다녀온 독일은 한번 더 가고 싶고, 조금 더 알고 싶은 곳이 되었다.
# 반전 매력을 가진 독일
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에는 늘 책을 찾아서 본다. <알고도 몰랐던 독일 사람과 독일 이야기>는 그런 나에게 딱이겠다 싶었다. 6박 8일의 시간동안 독일 몇 개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소도시들이 가진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옛날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도 하고, 철학자들의 던진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가져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독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 질문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왜 기본을 잘 지키는지, 철학과 예술의 나라에서 어떻게 나치가 가능했는지, 어떻게 명품 장인정신으로 인정받는 독일이 되었는지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주제들을 설명해준다. 우리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독일을 여러 차례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독일은 볼 게 없다라고 한다. 독일을 한번 다녀온 나는 다시 한번 독일행 비행기를 예약했었는데, 왜 그럴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 과시형 소비를 잘 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교육은 무상으로 조기교육도 선행학습도 없다.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발표, 토론, 그룹 활동과 같은 방식의 교육으로 생각의 그릇을 키워나간다. 철학자들의 질문에 대해 생각의 가지를 만들어나가고, 친구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성장해나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그들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게 한다. 책 <알고도 몰랐던 독일 사람과 독일 이야기>는 단면만 볼 수 밖에 없는 나같은 여행자에게 독일과 독일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취소했던 베를린 행 비행기표를 다시 끊어야겠다.
독일은 그들의 역사에서 실수를 가장 많이 한 나라 중의 하나이지만 그 실수를 통하여 역사적 교훈을 얻었고 우직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나라이다. ... 독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