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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날 May 07. 2021

[아이와함께읽기]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훨훨 날아가는 암탉을 상상하며

여유로운 바람이 살랑살랑 부채질하는 요즘,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다가 달콤한 꽃 향기가 마스크를 뚫고 코끝에 닿았다. 아! 라일락이구나.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며~~' 5월이 다가오니 라일락도 활짝이구나. 때가 되면 청둥오리들이 무리지어 찾아오듯이, 꽃들은 어쩜 이렇게 계절을 잘 알고 찾아오는걸까. 오늘은 괜히 두 팔 가득 벌려 아파트 단지를 안고 있는 꽃과 나무들에 눈길을 한번 주기로 했다.


오늘처럼 이렇게 여유로운 숨통이 트이는 날, 마당을 나온 대단한 암탉 잎싹을 만났다.

잎싹, 너는 왜 알지 못하는 세계를 동경한거니?

잎싹, 너는 무슨 용기로 동경에서 끝나지 않고, 도전까지 한거니?

잎싹, 너는 어쩜 그렇게 애를 쓴거니? 도대체 왜?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내 안에 또 다른 잎싹이 꿈틀거린다. 

내가 동경하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건지. 비쩍 마르고 작은 잎싹처럼 죽을만큼 애 쓰면서 살고 있는지. 엄마라는 잎싹도 참 애처로웠지만, 암탉 잎싹의 모습은 엄지를 절로 치켜세우게 했다. 왜 일까. 잘 먹지 못해 비쩍마르고 깃털도 빠져 듬성듬성한 모습이 꽤나 볼품 없었을텐데, 잎싹은 자신의 삶에 당당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다. 자신에게 강요되는 시간에 대한 고민으로 물음표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역할에 애쓰면서 스스로 가진 질문에 대한 느낌표를 찾아간다.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낸 인생의 물음표는 마당을 나오고서야 알게 되는 느낌표가 더해져 성숙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148p

작고 힘 없는 암탉과 새끼 오리의 이야기에서 나는 어느새 내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또 다른 모습의 가족을 보여주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엄마인 나와 자연인 나를 만나게 했다. 최근에 동화 <긴긴밤>과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짧은 동화가 전해주는 메시지 전달력이 크게 와 닿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서 아이와 어른인 내가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185p


2021.05.07. 어른이 되어가는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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