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넌, 너에게 난..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12p
책을 덮고 다시 책을 펼쳐서 이야기의 처음을 따라가본다. 코뿔소 노든이코끼리 고아원에서 보낸 평온한 시간,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며 가족과 보낸 행복하고 힘들었던 고통의시간, 세상을 향해 커다란 벽을 쌓아 올린 자신의 마음을 열수 있도록 먼저 손 내밀어준 친구와 함께한 시간, 또 다른 동행자의 목표를 향해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준시간, 그 모든 시간들이 모여 노든이 보내온 긴긴밤을 이야기한다.
"걷다 보면 별이 빛나는 더러운 웅덩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날개에 물방울이 맺혀 쉬고 있는 잠자리와 함께 숨을 돌리기도 했다.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노든도 보았고, 내가 있는 풍경 속에는 언제나 노든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살다 보면 햇살 눈부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내 안에우울감이 가득한 날에도 겉으로는 밝게 웃어야 하는 그런 매일을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인건, 나에게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앙가부, 치쿠, 어린 펭귄 같은 나의 짝궁이 늘 함께라는 것,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그와는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노고에 대한 공감력이 올라간다.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그도 보았고, 내가 있는 풍경 속에는 언제나 그가 함께 있다.
세상에 마지막하나 남은 흰 바위 코뿔소 노든에게 혼자 탈출하면 재미가 없다던 코뿔소 앙가부, 작은 알 하나에 목숨을걸었던 펭귄 치쿠,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어린 펭귄이 함께 있었기에 노든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그 긴긴밤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의 우정처럼, 나도 그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받아들이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노든과 어린 펭귄이 서로 마주한 모습을보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오늘도 나는 그와함께, 그리고 각자가 가진 긴긴밤의 여정을 서로 응원하며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