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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공학도 Sep 01. 2023

[단상] 2023년 8월

1. 잼버리, 오염수, 동상 그리고 해병대.

23년 8월 대한민국의 전광판은 네 가지 키워드로 바삐 지나갔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전광판과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날씨였다.

이념과 쟁점에서 한 발 벗어나 살펴보려 노력하다가도 마지막 키워드에서는 마음이 더 가까이 오래 머무른다.

그간 없는 줄 알았으나 짧은 시간이나마 그곳에 적을 두어 생긴 정.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 때문이리라.


2. 지난 7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고 그 뒷 일을 수습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려 그 원인과 책임을 찾으려 진행된 조사는 남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은 짐을 덜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며, 그 역시 외압과 항명 사이 논란이 된 여러 쟁점을 다투느라 정작 중요한 그 뒷 일의 수습은 무기한 연기되는 듯 보인다. 첫 휴가도 나가기 전에 국가의 임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한 한 대원에게 불과 몇 개월 전 포항 훈련단에서 전해졌을 수많은 자부심의 말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우렁찬 목소리로 포항의 훈련병들에게 전해지고 있을 그 말들의 효력은 점차 휘발되어 간다.


3. 남아있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훗날 바람이 불어오듯 오늘날의 기억이 문득 찾아왔을 때, 그것이 남기는 감정의 뒷맛이 아픔보단 희망 쪽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기를. 그러기 위해선 안타까운 기억이 투명하게 규명돼야 하고, 과거의 기억에 개인의 상상이 개입될 여지가 최소화되어야 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또 다른 사건으로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그 진위 여부를 밝히기도 전에, 과정의 불투명성 속에.

그간 우렁차게 오갔던 여러 말들이 그 효력을 잃고 있다. 

진실을 찾는 과정은 투명해지고, 그 뒷 일은 수습될 수 있을까.


아직은 해결할 일들이 많이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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