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자연스럽게 전자기기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눈 덮인 설산을 오르며 허벅지와 종아리, 나중에는 어깨에도 제법 묵직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폐 속 깊숙이 들어오는 숨을 느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아이젠이 땅에서 떨어지는 소리와 스틱이 땅에 닿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려온다.
산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구간과 잘 보이는 구간이 있는데, 잘 보이는 구간은 중간 쉼터와 정상 그리고 정상을 도달하기 직전 가장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 오르막길에서는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누가 뭐라지 않아도 가지런히 한 줄로 서 한 걸음 한 걸음 속으로 구호를 맞추는 듯 나아간다. 앞사람이 조금 늦어지는 것 같으면 자연스레 그 뒤 사람들도 속도를 늦춘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곤 하는데, 등산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그 둘을 연관 지어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추상적이든 직관적이든 정상이라는 목표와 그에 도달하기 위해 지불되야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비해 결과는 짧을 것이라는 것과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이 있다는 비유적 사실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도 한라산을 오르며 내가 느낀 생각들은 그 자체로서 나의 삶에 접목시켜도 좋은 것들이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