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연대 속 여성혐오

by 자치언론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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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계엄령 선포 이후, 전국에서 대규모 탄핵 집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2030 여성들이다. 특히 평소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무시당하던 젊은 여성들이 그 상징인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응원봉 시위’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탄핵 집회 참여자를 위한 선결제 릴레이, 후원, 버스 대절 등 여러 선행 문화 역시 젊은 여성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2030 여성들의 탄핵 집회 참여율 및 관심도는 객관적으로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다. ‘탄핵 연대’의 시작에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더 커지는 탄핵 연대 속에서 어렵사리 모인 여성들은 연대를 위한 행동조차 조심스러웠다. 여성들은 공동체에 힘을 보태는 와중에도 내가 기부하는 단체가 여성혐오를 하진 않는지, 성범죄 논란이 없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탄핵 집회 주최 단체 ‘촛불행동’의 상임대표 김민웅은 故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옹호했다. 또한 피해자 실명이 담긴 자료를 개인 SNS에 무단 게시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 대표는 판결 이후에도 ‘고의가 없으면 무죄’, ‘본질은 촛불행동 대표에 대한 정치재판’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본인의 2차 가해 사실을 축소 및 부정했다. 촛불행동은 공식 SNS 계정으로 김 대표의 재판 결과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냈으며, 단체 채팅방에서 김 대표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강제퇴장시켰다.


김효실. (2024). “성폭력 2차 가해자와 함께 갈 수 없다”...촛불행동 대표 비판 잇따라. 한겨레.


한편, 대표적인 진보 진영 스피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는 젊은 여성의 집회 참여율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을 부각하는 질문을 던졌다. 진행을 맡은 이재석 앵커는 하원

오 전국농민총연맹 의장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지금 남성분들이 현재 시국이나 정부에 대해서 비판 의식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질문했다. 이후 ‘남성분들도 많이 왔다. 여성분들이 더 많이 왔을 것 같긴 한데’라는 대답에 ‘그러니까요. 너무 여성분들만 부각할 필요는 없는 거죠?’라며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2024). [겸공뉴스특보]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비디오]. YouTube. 1:43:47.


이 외에도 젊은 여성을 ‘2030 청년’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거나, 여성으로부터 시작된 문화인 응원봉 시위를 전 세대의 산물인 것처럼 선전하는 등 연대의 장에서조차 여성의 공로는 지워지고 있다. 실제 탄핵 연대 사이에 있는 여성들은 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탄핵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무력감을 조명하고자 한다.












인터뷰이


A: 23세 여성. 대학생. 아이돌 팬. 탄핵 집회 4회 참여.

B: 23세 여성. 대학생. 탄핵 집회 2회 참여. 합동 선결제 참여.


Q. 탄핵 집회 단체 내 여성혐오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 솔직히 기분 나쁘다. 과거의 행적은 넘어갈 수 있어도, 젊은 여성의 집회 참여가 두드러지는 지금은 눈치 보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범죄는 여성으로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건인데, 탄핵 집회 단체가 성범죄 사건을 옹호하고서도 당당히 잘 활동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 여성의 지지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B : 낯짝도 두껍다....... 여성은 손가락 표시 잘못했다고 직장에서 징계받는 시대인데, 남성은 성범죄 전과가 있어도 큰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여성혐오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들이 외치는 살기 좋은 세상에 여성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Q. 여성의 참여도를 축소하려는 사례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 탄핵 시위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정말 많다. 2030 여성이 집회의 한 축이 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젊은 남성도 있다.’,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는 것이, 여성이 탄핵 시위의 주류가 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젊은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말은 ‘젊은 남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젊은 남성도 탄핵 시위에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젊은 남성의 수에 비해 젊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젊은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아닌데? 젊은 남자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굳이 꼬투리 잡아 반박하는 것 같다.


B : 모두 각자의 뜻과 신념을 가지고 탄핵 집회에 나간다고 생각한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심심하고 할 일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의 정의에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폭발적인 참여를 제대로 지칭하지 않고 ‘청년 세대’로 얼버무리는 것은, 여성의 참여를 축소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주관을 갖고 정치적 액션을 취할 수 있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Q. 탄핵 시위에 참여한 여성으로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 이제라도 젊은 여성들의 힘이 주목받는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압도적으로 젊은 남성에 비해 많이 참여하는데 이 정도 주목밖에 못 받는 것이 슬프다. 대한민국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여성혐오가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탄핵 집회에 나가서 직접 젊은 여성들의 참여를 보는 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터뷰 전문은 <파란 11호: 시행착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탄핵 집회는 혐오 발언 및 문구를 금지하는 등 ‘평등한 광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여성 혐오 표현이 제재되지 않고 발언대에 오른 반면,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는 시민 발언 전 혐오 표현 금지 지침을 안내하고 시민들이 서로 혐오 표현을 교정해 주는 등 성숙한 집회 문화가 나타났다.


이처럼 높아진 시민 의식에도 불구하고, 대형 단체 및 정치인 등 탄핵을 대표하는 집단 내에서 여성혐오가 자정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젊은 여성들은 이번 탄핵 집회의 주역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여성 참여자들을 부정해야만 속이 편하다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정의를 꿈꾸는 것이니 하루빨리 생각을 고치길 바란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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