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어원

by 자치언론 파란

강설, 옥돌 디자인 영원


‘사랑해’라는 말은 참 가볍고도 무겁다.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도 쓰이고, 습관적으로 엄마랑 통화할 때 쓰기도 하고, 멀어진 대상에게 거절의 두려움을 갖고 무겁게 쓰기도 한다. 어쩔 땐 정말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하기도 한다. 사랑은 일상에서 이토록 다양하게 쓰인다. 하지만, 이 사랑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랑은 어디에서 왔는가? 너와 나의 사랑은 얼마나 다른가?


사랑은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사랑과 현대의 사랑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같다고 확답할 순 없다. 사랑이란 시간, 공간, 문화같이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동양의 사랑과 서양의 사랑은 또 어떻게 하면 다를까?











1. 동양

동양의 여러 나라 중 공통적인 문자인 ‘한자’를 사용했던 나라 중심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대표적인 한자권 나라로는 한국, 중국, 몽골, 일본, 베트남이 있다. 각 나라의 사랑 은유를 아래의 표를 통해 차이점을 알아보고 각 나라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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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사랑’

언제부터 한국인이 ‘사랑’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관해서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한자어인 ‘생각 사(思), 헤아릴 량(量)’이라는 ‘사량’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 옛말로는 ‘괴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사랑하다’ 또는 ‘사랑해 주다’라는 의미가 있다. 유명한 고려가요 <정과정곡>에 ‘괴오쇼셔’라는 표현이 나와 있기도 한다.


1 최윤영. (2019). 사랑의 개념화 양상 -한국어, 중국어, 몽골어를 중심으로-. 신학과 목회, 52, 269-287.

2 위의 책

3 위의 책

4 김주연. (2007). 감정 관련어 『사랑(好)』의 표현 양상. 일어일문학연구, 61(1), 55-71.

5 판띠홍하. (2019). 베-한 사랑 은유 개념화 양상. 한국어교육연구, 14(1), 146-164.

김소정, 국립 한글 박물관, 2019.6 제71호 소식지


중국어 ‘爱’

글자 자체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을까? 愛는 손을 뜻하는 ‘⺤’ “덮다, 품다”라는 뜻이 있는 모 양자 冖와 마음을 뜻하는 心, 발을 뜻하는 夂 가 합쳐진 글자다. 이를 종합하면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다가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520’은 연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숫자이다. 중국어로 사랑한다는 뜻인 “我爱你 워 아이니 (wǒ ài nǐ)” 발음이 “520 우얼링 (wǔ èr líng)” 발음과 유사하여 ‘520’은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5월 20일은 중국의 연인들에게 제2의 밸런타인데이라고 한다.


몽골어 ‘хайр’

몽골의 대표적인 악기 ‘마두금(모링 호르)’와 관련된 사랑 설화가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날개 달린 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밤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이를 시기하고 모함하는 자가 있어, 말의 날개를 자르고 죽여버린다. 이에 주인공은 말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하는 말을 애도하기 위해 주인공은 말의 가죽과 갈기, 털로 악기를 만드는데, 이것이 최초의 ‘모링 호르’가 된다. 이렇게 ‘모링 호르’의 기원 설화에는 비범한 말이 반드시 등장한다.


말은 몽골의 대표적인 동물인만큼 사랑 이야기에서도 대표적인 사랑 매개체로서 역할을 맡는다. 이렇듯 몽골의 환경적 요소가 사랑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일본어 한자 공부방

심의섭. (2003). 한국과 몽골간 FTA 구상. 몽골학, 14, 5-152.


(중략) 이렇게 동양의 사랑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사랑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Love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가? 우리의 ‘사랑’과는 어떻게 다른가?


2. 서양

영어 단어 love의 어원은 고대 영어 ‘lufu’로, 이는 게르만조어 ‘lubo’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인도유럽조어 ‘leubh’(보살피다, 바라다)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leubh’가 비교적 약한 정서적 관심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강한 우정, 돌봄,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고대 영어처럼 오늘날의 love도 존재와 감정의 깊이, 헌신을 표현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엔 사랑의 형태가 세분됐다. 에로스(육체적 사랑), 필리아(우정), 아가페(무조건적 사랑)가 대표적이다. 결혼은 종종 사회적·경제적 계약이었고, 사랑은 반드시 결혼과 연결되지 않았다. 여기서 아가페와 에로스는 기독교 세계관에 아주 중요한 단어가 된다. 원시기독교 공동체가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 철학적 배경을 가진 아가페와 에로스라는 단어를 빌렸다. 이후 아가페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된다.


중세 시대에는 프랑스 문학의 영향으로 인해 ‘궁정 사랑’의 개념이 유행하였다. 궁정 사랑이란 주로 기사가 주군의 부인을 열정적으로 숭배하며 봉사하는 형태의 사랑이다. 궁정 사랑을 담아낸 문학 중 가장 유명 작품은 크레티엥이 쓴 ‘죄수 마차를 탄 기사 란슬롯’이다. 이 작품에선 기사 란슬롯이 여러 역경을 극복하고 왕과 왕비, 백성을 모두 구출한다.


궁정 사랑에서 기사는 주군의 부인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주군에게 ‘군사적 봉사’를 바치듯 구애자는 귀부인에게 ‘사랑의 봉사’를 바친다. 주군이 기사의 봉사에 대한 대가로 봉을 수여하듯, 귀부인은 구애자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보통 쳐다봐 주거나 들어주거나, 대꾸해 주거나 포옹해 주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것, 확실하진 않지만, 육체적 결합의 형태로 보상을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이 쉽사리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서양 사랑의 차이

동서양 사랑의 뚜렷한 차이는 철학적 가치관에 있다. 서양은 개인 중심, 자기실현에 중점을 두며, 사랑 역시 자신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이에 반해 동양은 타자 실현, 사회 중심의 사랑관이 강하다. 이는 지극히 이타적인 사고방식이다. 즉, 사랑은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 사회, 공동체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자기실현을 고려한다. 이러한 관념적 차이점에 근거해 서양의 ‘love’는 동양의 유교적 질서 ‘인(仁)’이나 불교의 자비(慈悲)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언어적 은유, 사회적 관습, 표현 방식 등에도 뚜렷이 반영되어 왔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사랑의 언어가 비교적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또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자유주의적 가치관이 내제해 있기 때문이다. 동양에선 집단주의적 문화의 영향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절제와 헌신, 사회적 맥락의 확장성 등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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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경조. (2014). 한국(韓國)의 문화(文化) : 동서양 사랑시를 통해 본 사랑의 개념

차이 연구. 한국사상과 문화, 72(0), 357-383.











사랑은 태초부터 인류의 가장 강렬한 감정이자 문명과 문화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그 의미와 표현 방식은 각기 다른 역사, 사회, 철학에 따라 빚어진다. 고대 인도유럽어 ‘leubh(보살피다, 바라다)’에서 시작된 love가 오늘의 다양하고 깊은 의미로 발전했듯, 동아시아 곳곳에서도 사랑은 ‘불’, ‘물’, ‘질병’, ‘음식’ 등 환경과 사유의 결과로 다채롭게 구조화 되어왔다. 이처럼 사랑의 어원과 진화에는 인류가 자신과 타자, 그리고 세계를 이해해 시각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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