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동경, 함박 디자인 함박
여러분은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책을 읽다가 불편함을 느끼신 적은 있나요? 혹은 학술적 저작물이나 서적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독해의 난이도로 인해 인지적 불일치 혹은 지적 난관에 직면하여 심리적 긴장이
나 해석의 모호성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책을 읽는 것. 독서라는 행위는 우리에게 큰 어려움을 주는 일은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언제 어디서나,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실 책 읽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귀중한 것으로 여겨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겐 결코 책 읽기가 당연한 일상이 아닙니다.
노화로 인해 자연스러운 시력 저하를 겪는 노인들,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각 기능이 완전하지 못한 시각장애인들, 그리고 비장애인과 비교하면 인지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까지. 이들은 누군가에겐 당연할 ‘책 읽기’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보조 장치를 사용하거나, 때로는 그들에게 맞춰진 책을 읽기도 합니다. 불편함을 넘어서 책을 읽고자 하는 그들과, 그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이들까지. 조금은 어렵고, 때로는 느릴지라도 책 읽기에 대한 열망은 누구보다 강한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안 보인다면 잘 보이는 책을
큰글자책은 단순히 눈이 좋지 않은 ‘시각장애인(노인과 저시력자 포함)’에게만 효과적인 책이 아닙니다. 평소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나 피곤한 사람, 대중교통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큰글자책은 효과적입니다.
큰글자책 보급 사업은 2009년부터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시작하였고, 사업 이후 13년 동안 14만여 권에 달하는 큰글자책이 보급되었습니다. 사업 현황과 큰글자책 제작 도서 목록은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https://www.kla.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작은 글씨가 빼곡하여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책보다는, 커다란 글씨로 눈이 편안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책으로 손색 없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방법을
책 읽기에 가장 필요한 감각 능력이 무엇일지 떠올려보세요. 아마 많은 분께서 ‘시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읽기’라는 행위는 눈으로 글이나 글자를 보고, 담긴 뜻을 헤아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시각이 없거나 시력이 현저히 낮아 책 속 글자를 읽기가 어렵다면 어떨까요? 실제 그런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일까요?
점자책으로 출판되는 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오디오북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오디오북은 이름과 같이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한 형태의 책입니다. 특히 교과서나 참고서같이 교육 및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도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북의 사용법은 간단한 반면, 제작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 권의 녹음에만 2~4개월이 소요되며, 이후 편집 및 검수 과정이 또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공익적인 도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오디오북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비장애인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다양한 책들이 대체 자료로 제작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도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현재에도 많은 기관들이 대체 자료 제작을 위한 봉사자를 모집합니다. 국립장애인도
서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원봉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장애인재단의 ‘지니서포터즈’에서도 매번 낭독 봉사자를 모집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복지관, 기업에서 대체 자료를 제작할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훨씬 나은 사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어렵다면 쉽게 다가가는 책을
글씨가 적고 얇은 책이더라도, 글 한 자 읽기 어려운 때가 있습니다. 어려운 책을 읽다가 질려버린다면 다시금 책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런 독서 경험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멀리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독자는 물론 독서에 불편을 겪는 독자, 어쩌면 책 읽기를 꺼려하는 잠재적 독자 모두에게 독서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출판업계가 살아남고 나아가 독서율이 높은 교양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중요합니다.
고용개발원 조사통계부의 2023년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를 가진 등록 장애인은 263,311명입니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은 인지 장애나 정보처리 능력 부족 등으로 일반적인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의 활동에 제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과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은 이러한 발달장애인들의 긍정적인 독서 경험을 위해 ‘읽기 쉬운 책’을 만들었습니다.
‘읽기 쉬운 책’이란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대체자료개발 사업의 일종으로,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여 연구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알기 쉬운 책은 현재 구매가 불가능하지만 전국의 복지관 및 도서관 등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배포기관 리스트는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https://www.nld.go.kr/home/main.do)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풍족함을 가져다 줍니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독서의 보편적 보장은 교양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중요합니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 누구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 글씨를 키우고, 점자로 책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나아가 쉬운 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온 끝에 현재는 다양한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책
의 종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2021년 국립장애인도서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장애 유형별 맞춤형 대체자료 제작률은 도서 출판량 대비 7.6% 수준입니다. 이는 2019년에 각 36.7%, 34%, 30% 정도로 집계된 미국, 영국, 일본에 비하면 한참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임에 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른 2022년 장애인 독서율은 26%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서울점자도서관이 2023년에 문을 닫으며 서울 소재의 점자도서관은 이제 9곳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울점자도서관은 실적을 이유로 들며 폐관했지만,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 교육 등을 진행하며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을 맡고 있었던 점자도서관은 책을 대여해주는 곳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도서관을 이용하던 시각장애
인들은 도서관을 잃었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또한 잃어버렸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보편적인 독서를 위해서 현재도 많은 대체자료를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진정 보편적인 독서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기에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멉니다. 미래에 남게 될 책이 모두를 위한다면, 그러한 책을 위한 사회를 만드는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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