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함박, 정원 디자인 정원
전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자국의 의사를 상대국에 강요하기 위하여 국가 간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수행되는 조직적인 투쟁’을 가리키는 정치용어이다. 특히 현대의 전쟁은 군사적인 무력뿐만 아니라, 비군사적 측면인 정치·외교·경제·심리·사상·과학 기술 등 다양한 영역이 하나의 무기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다. 한국 또한 역사적으로 다양한 전쟁을 겪어왔고, 현재는 몇 개 안 되는 분단국가로서 전쟁과 밀접한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전쟁, 적과 아군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인 폭력과 불안정한 삶을 초래하며 특히 민간인의 고통을 좌시할 수 없다. 전투 상황뿐만 아니라 식량·의료·위생 부족, 성폭력, 실향 등 전쟁이 불러오는 다양한 위기가 여성들을 난도질하며, 이들의 삶에 큰 상흔을 남긴다.
여성은 전쟁에서 드러나지 않는 전쟁 무기로, 혹은 의도적으로 타겟이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을 향한 성폭력은 적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으며, 이는 전쟁의 또 다른 “전략”으로 기능한다. 전쟁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여러 전쟁과 분쟁에서 성폭력이 무기처럼 사용된 정황을 바탕으로 전쟁범죄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성의 신체가 단지 폭력의 대상이 아닌, 전쟁의 전략과 무기로서, 혹은 그 자체로 공격받는 일종의 ‘장소’가
된다. 이러한 전쟁의 특성은 단순히 전쟁이 남성과 군인 중심의 논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점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전쟁은 여성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는가?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전장이 되어버린 우크라이나는 땅, 자원, 인적 피해를 감당해야만 했고, 이는 러시아도 길어지는 전쟁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민간인 즉, 여성은 전쟁의 피해뿐만 아니라 신체적 위협까지 좌시할 수 없었다.
유엔여성기구(2025)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내 1,869,000명 이상의 성인, 미성년 여성들이 국내 실향민이 되었고, 약 6천 7백만 명의 여성들이 긴급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러-우 전쟁 중 집계된 수로는 3천 7백명 이상의 성인 여성과 약 2백명의 소녀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집계되지 않은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전쟁 발발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며 성별 기반 폭력과 가정폭력이 36% 증가했으며, 전쟁 시작 이후 약 1년 뒤인 2023년 상반기에만 신고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UN의 ‘여성과 평화•안보’아젠다에 따라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 및 긴급 보상을 위한 법률과 전쟁 피해자의 등록과 보상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또한 유엔여성기구는 전쟁으로 인한 여성과 소녀를 위한 긴급 지원, 성폭력 피해 대응, 심리적•법률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도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고율이 낮은 추세이며,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민간인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지만 이에 대한 정서적 지원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보인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90% 이상이 여성과 아동으로, 보호소 이동과 체류 과정에서 여러 위협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어 아직까지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UN WOMEN, Three years of Russia’s full-scale war in Ukraine roll
back decades of progress for women’s rights, safety and economic
opportunities, 2025.02.19
2.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편,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가자지구 주민 약 6만 명 이상이 사망하며 현재까지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중 유엔뉴스(2024)는 전쟁 발발 6개월 만에 가자지구 내 1만 명 이상의 여성이 희생되었으며, 결과적으로 1만 9천여 명의 고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UNICEF와 국제구호위원회는 2025년 여성과 아이들,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각종 여성 인권 단체들 또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전역에서 긴급 쉼터를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제 및 봉쇄 정책 때문에 대부분의 지원이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며, 사실상 여성과 아동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의 제한과 물자 우선순위에 밀
려 필요한 서비스 제공에 제약을 받는다. 또한 실제 여성의 피해 규모나 성폭력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집계가 부족하고 가자지구 내 병원이 폭격되는 등 건강 시스템의 부재가 상황 파악을 할 수 없게 한다. 특히 분쟁 중 성폭력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 대상이지만, 실제로 피해 여성들이 범죄 가해자들을 상대로 법적 구제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법률적 부분이 많이 미흡하다.
UN NEWS, Two mothers killed each hour in Gaza conflict: UN
Women, 2024.01.19
3. 미얀마 내전
2021년 쿠데타 이후 시작된 미얀마 내전은 군부가 주도한 미얀마 내 소수민족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와 강제결혼, 성폭력 사례를 동반했다. 2017년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중 80% 이상이 군부에 의해 조직적, 집단적 강간 형태로 발생하며 UN 사실조사단(2023)은 “보고된 사례 중 상당수가 타트마다우(군부)의 악의적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HRM(Human Rights Myanmar)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500여 명 이상의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중 일부는 고문 및 살해 직전에 성폭력이 가해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성폭력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공포를 조성하고 소수 민족과 같은 하나의 공동체를 추방하거나 해체하기 위한 고의적인 정책 수단으로써 사용된다. 이를 막기 위해 여성인권단체 중 하나인 WLB(Women’s League of Burma)는 생존자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2021년 쿠데타 이후 확인된 약 900건 이상의 성폭력 사건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국가 최고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유엔 인권최고 대표사무소는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성별 기반 폭력의 철폐를 요구하고 내전 이후의 인도적, 사회적, 법적을 포함한 긴급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생존자들이 시도한 WLB 등의 네트워크를 통한 청원은 군부가 이미 사법 제도를 통제하면서 실질적인 법적 책임 추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더하여 군의 보복이나 사회적 수치심으로 인해 생존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하며 실제적인 피해 양상이 은폐되는 문제점을 무시할 수 없다.
UN NEWS, Myanmar military committed ‘routine, systematic’ sexual violence against ethnic minorities, UN experts find, 2019.08.22
HRM, Sex-based violence in Myanmar, 2025.05.05
LAW(Legal Action Worldwide), Women survivors lead the fight against sexual violence in Myanmar, 2025.06.24
전쟁 수행자로서의 여성
1. 군인과 여성
평화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다양한 정의 중 하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전쟁을 통한 영토 확장, 자원 확보, 권력 강화를 이루어 왔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계급의 등장은 국가 간의 갈등을 제도화하고, 그 결과 ‘군인’이라는 직업과 국가 방위 의무를 만들어냈다.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수호하는 군인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헌신적인 직업이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전쟁군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에 놓이게 된다.
군을 수행하는 주체는 전통적으로 남성으로 여겨졌지만, 여성 역시 오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군에 참여해왔다. 특히 숙명여자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여성대학교 여군 학군단(ROTC)을 창설하여 한국 여군제도의 상징적 전환점을 이끌었다. 2012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진행된 하계훈련에서 숙명여대 ROTC는 109개 학군단 중 종합성적 1위를 차지했고, 같은 장소에서 실시된 2012, 2013년 동계훈련 때는 성신여대 ROTC 29명이 110개 학군단 중 1위에 올랐다. 2013년 육·해·공군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는 숙명여대 박기은 후보생
이 ROTC 전체 졸업생 4385명 중 성적 1등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올해 7-8월 진행된 입영 훈련에서도 숙명여대 육군학군단 화공생명공학부 3학년 양은지 후보생은 전국 108개 대학 학군단 3학년 후보생 1996명 중 1위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여성 군인들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투보직 비율, 승진 기회, 군 내 성차별 문화 등 구조적인 한계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순히 여군의 수적 증가 나 여성 징병제 도입이 곧바로 성평등을 의미하지 않으며, 군대는 조직 특성상 상위 계급과 핵심 의사결정 구조가 남성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이 군에 진입하더라도 상위직급으로 승진할수록 여성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고, 성별에 따른 역할 고정과 배제, 비공식 네트워크에서의 소외가 지속된다. 이는 다른 직군에서도 발견되는 구조적 문제인데, 예를 들어 정치·기업에서 의사결정권이 집중된 상층부에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실질적 성평등은 달성되기 어렵다.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4/07/myanmar-
new-report-urges-robust-support-women-girls-and-lgbt-people-
post
2. 평등한 안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는 단순히 ‘누가 군대를 가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군 조직과 사회 전반의 성평등, 안전, 효율성까지 포괄하는 보다 복합적인 논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대에 새로 생긴 ROTC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학교 ROTC를 제치고 잇따라 1위에 오르자 군 당국은 학교별 서열화로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이유로 2013년 하계훈련 때부터 학교별 순위를 매기지 않아 왔다.
여성징병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긴 시간동안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모든 여성에게 기초군사훈련을 의무화하자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이며, 국가 전체가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기초 군사 지식과 위기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사격이나 전투기술뿐 아니라 전시 대피 요령, 응급 보건의료, 호신술, 시민방위 기술 등은 생존과 직결되는 실용적 교육이다. 특히 여성이 전쟁 중 민간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이 전시에 필요한 방어 능력과 생존 기술을 갖추게 되면 전쟁 승리의 과시 수단으로 패전국 여성 약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젠더폭력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는 전쟁이 단순한 무력 충돌을 넘어 성별 기반 폭력을 재생산하는 구조임을 고려할 때 중요한 예방적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를 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동등한 군인으로서 국가 안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단순히 병역 의무를 분배하는 차원을 넘어, 군 내부의 권력 구조와 성별 차별을 해소하고, 나아가 전쟁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평등은 더 많은 사람이 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별이든 안전하고 동등하게 복무하며, 궁극적으로 전쟁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데서 실현된다.
전쟁은 거대한 폭력이다. 그것은 일개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여성 역시 그 피해자로서, 수행자로서, 때로는 침묵 속의 증인으로서 전쟁의 한복판에 존재해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이는 전쟁이 여성의 몸과 삶에 어떤 형태로 각인되는지를 우리 곁에서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뒤이어 소개될 위안부 관련 소식지를 더욱 집중해 읽어야 한다.
전쟁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삶을 파괴한다. 또한 전쟁은 누가 전쟁을 수행하는가만이 아니라, 그 전쟁이 누구의 권력과 목소리를 확대하고 누구의 삶과 몸을 대가로 삼는가를 묻는다. 전쟁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삶을 파괴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이 불평등한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와 성평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오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얀마 내전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또한 아직 휴전국이다. 모든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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